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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Sep 15.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11

화홍문 북쪽 홍예는 왜 늘 검을까?

화홍문은 성의 시설물로 유일하게 수원 8경에 포함된다. 화홍문 남쪽 홍예는 깨끗한데 북쪽 홍예는 늘 검다. 이유는 무엇일까?


화홍문 북쪽은 왜 늘 검을까?


용연을 중심으로 각건대, 북암문, 화홍문, 방화수류정의 경관은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화홍문 북쪽 징검다리를 건너 용연으로 가다 보면 가운데 3개 홍예 표면이 늘 검은 것을 볼 수 있다.


왜 북쪽 홍예 가운데가 늘 검을까?


결론을 말하면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이 벽돌 첩(堞) 위에 떨어진 후 바깥쪽으로 흘러내려가면서 함께 흘러간 흙먼지가 마르면서 더럽혀진 것이다. 생소한 단어 첩(堞)이란 벽돌로 두툼하게 쌓은 벽체를 말하는데 홍예 위부터 누각 마루 바닥 높이까지 쌓은 벽돌벽을 말한다. 더럽혀진 부분은 청소를 해도 잠시일 뿐 근본대책은 아니다. 빗물이 벽을 타지 않는 화홍문 남쪽 홍예 벽은 늘 깨끗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화홍문 북쪽에 있는 징검다리를 부부가 정겹게 건너고 있다. 북쪽 화홍문을 보면 가운데 홍예 3개의 주변이 검은색이다.

오염된 벽체의 범위는 화홍문 북쪽 전체에서 가운데 홍예 3칸과 벽돌첩 표면이다. 3칸 위 첩은 검은 벽돌이라 애매하게 보이지만 양쪽 첩의 표면과 비교하면 더럽혀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원인을 이미 밝혔으니 대책은 아주 간단하다. 흐르는 빗물이 벽체에 닿지 않도록 차단하면 된다. 구체적 대책을 몇 가지 제시한다.

벽돌 첩 윗면을 보면 빗물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처마 곡선과 일치한다. 지붕 위와 첩 위의 흙먼지가 말라서 생긴 검은 흔적이다.

첫 번째 대책은 지붕의 돌출 길이를 늘리는 것이다. 빗물을 어느 벽체에도 닿지 않고 직접 개울로 떨어지게 하는 대책이다. 가장 바람직하지만 가장 실현 가능성이 적은 대안이다.


두 번째 대책은 벽돌첩에 간단한 물끊기 장치를 해주는 것이다. 바로 좌우에 있는 여장도 물끊기가 있듯 첩에도 설치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외형이 약간 달라지는 문제는 있다.

건물이 있는 부분, 즉 지붕이 있는 부분만 검게 더럽혀져 있다.

마지막 대책은 필자가 추천하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벽돌 첩 위로 떨어지는 빗물을 바깥으로 직접 흘러 내려가지 않기 하는 방법이다. 현재 복원 상태는 첩 위 바탕 마감이 안에서 밖으로 경사지게 해 놓았다. 이 마감 경사를 지금과 반대로 밖에서 안으로 주어 빗물을 안쪽으로, 즉 누각 하층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는 방안이다.


이 대책은 공사가 손쉽고, 외관 변화도 없고, 오염을 완벽히 막을 수 있는 묘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보수공사를 하면 잘못된 복원을 의궤대로 되돌릴 수 있다. 빗물을  건물 내부로 끌어드리는 것이 어찌 의궤에 충실한 것이냐고 말도 안 된다 할 것이다. 또 잘못된 복원을 되돌린다니 무슨 말인가? 

누각 하부에 3개의 누조가 있음을 보여준다. 빗물이 누각 안쪽으로 들어간 후 누각 하층의 누조를 통해 외부로 배출시키면 더러움이 안 생긴다.

의궤를 살펴보면 "장대 위에 누조(漏槽) 7개를 설치하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 첩(堞)을 쌓았다"라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7개 중 3개는 누각 아래층에, 4개는 누각 밖 좌우에 2개씩 지금도 있다. 왜 실내공간에 불필요한 누조를 3개씩 설치하였을까? 이유는 성역 당시부터 물을 안쪽으로 유도한 후 누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내도록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빗물이 벽면에 닿지 않게 하는 방안이다.


만일 보수공사를 한다면 함께 수정해야 할 다음을 제안한다. 의궤에 벽돌 첩 두께가 4척 8촌, 높이가 5척 4촌으로 되어 있다. 실측을 해보니 현재는 두께 4척, 높이 4척으로 의궤와 차이가 있다. 규격이 틀린 것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벽돌 첩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화홍문 북쪽 벽돌 첩은 두께도 높이도 모두 잘못 복원되었다. 사진에 표시된 곳까지 두께를 늘리고 높이를 높여야 의궤대로 포벽의 기능과 경비병의 발판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

벽돌 첩의 설치는 2가지 중요한 목적이 있다. 하나는 대포와 소포를 쏠 수 있도록 벽체를 두껍게 갖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양쪽의 판문을 통해 좌우 성의 통로와 소통하는 경비병의 발판 역할이다. 두께가 얇게 복원되어 포벽의 기능도 못하고, 폭이 좁아 병사가 경계도 못서고, 높이가 낮아 통로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보수 공사로 시정하면 오염도 막고, 복원 오류도 바로 잡고, 모든 기능도 되살아난다. 깨끗한 환경을 갖고 있던 성역 당시에도 오염을 염려하여 대책을 세운 화홍문 벽돌 첩(堞)의 디테일과 누조(漏槽)를 통하여 정조(正祖)의 설계의도를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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