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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20.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19

4성 체계-2 경계선은 어디일까?

4성(四城)의 정확한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그리고 왜 이 경계가 중요할까?


4성 체계-2 사성(四城)의 경계는 어디일까?


4성의 정확한 경계는 어디일까? 그리고 왜 이 경계가 중요할까? 에 대해 알아보자. 4성 별 길이는 "평지북성 737보 4척, 산상서성 1,193보 4척, 평지남성 282보, 산상동성 1,751보"로 되어 있다. 이처럼 4성 체계의 길이는 원성(元城) 길이를 말한다.


그러면 화성을 방문한 학생이 "평지북성"의 길이를 물었을 때, 인솔교사가 4성 체계에 기록된 길이를 말해도 될까? 한마디로 "아니오"이다. 이유는 4성 체계의 길이는 원성의 길이이고, 화성의 길이는 원성과 곡성의 합친 길이이기 때문이다.


곡성을 포함해 4성 별 길이를 말할 경우 두 개의 성 경계선에 놓인 시설물을 어느 쪽에 소속시키느냐에 따라 4성의 길이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4성 개념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바른 구분이 중요한 이유다.

4성 체계는 원성(元城) 길이만 보여준다. 2개 성 경계선상의 시설물에 대한 소속을 바르게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평지북성은 "화홍문의 서쪽에서 시작하여 서옹성의 북쪽 끝"까지로 기록되어 있다. 이 경우 곡성인 화홍문이 산상동성에 속하는지? 평지북성에 속하는지? 의 결정이 필요하다. 같은 이유로 화서문이 평지북성에 속하는지? 산상서성에 속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경계선상에 위치한 곡성인 화홍문은 25보이고, 화서문도 14보 4척이다. 이 수치가 어디에 속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4성 체계의 개념에 맞지 않게 되고, 애매하다고 빼버리면 화성 전체 길이 4,600보와 일치하지 않게 된다.


화홍문은 산상동성에 속할까? 평지북성에 속할까?


우선 4성 경계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평지냐 산상이냐의 지형(地形)을 구분 기준으로 한 4성 체계의 개념에 충실하게 경계선을 정하면 된다. 지형의 변화를 자세히 표현하고 있는 도설(圖說) '터 잡기' 개기(開基)를 기준으로 경계선을 확정해 본다.

경계선에 있는 시설물의 소속을 판단하는 기준은 4성 체계의 기본 개념에 맞추어야 한다

첫째, 화홍문이 산상동성일까? 평지북성일까?

동북각루와 화홍문 사이에 대해 의궤는 "산(山)이 다하여 내(川)가 되어"라는 기록이 있다. 산(山)이 끝나고 내(川)가 시작되는 지점인 화홍문 동쪽 끝(東端)이 두 성의 경계선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화홍문은 평지북성에 속한다.


숫자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산이 끝나는 지점을 동북각루에서 서쪽으로 44보로 기록되어 있으나, "동북각루"라는 지점을 어디로 볼 것인지 특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벽성(甓城)의 서쪽 머리에서(自甓城西頭) 19보를 가면 동북각루의 터가 있다"라는 기록과 연결하면 명확한 지점인 "벽성의 서쪽 끝"을 확보할 수 있다.


벽성(甓城)의 서쪽 끝에서 63보(19보+44보) 떨어진 지점이 산상동성과 평지북성의 경계점으로 화홍문의 동쪽 끝이 된다. 실측 거리도 화홍문의 동쪽 끝(華虹門之東)과 일치한다. 벽성(甓城)이란 벽돌로 쌓은 성을 말하는데 각건대와 동북포루 사이에 있다. 

화홍문은 산상동성일까? 평지북성일까? 산(山)이 끝나고 내(川)가 시작되는 지점을 경계로 보면 된다.

둘째, 화서문 소속이다.

의궤에 화서문에 대해 "여기에서부터는 평지가 끊어지고 산을 타고 오르게 된다"라고 지형을 설명한다. 평지(平地)가 끊어지고 산(山)이 시작되는 화서문 남쪽이 두 성의 경계선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화서문은 평지북성에 속한다.


이에 대한 검증도 앞의 화홍문과 같은 경우다. "146보쯤 올라가면 서북각루에 이른다"라는 기록과 "서북각루 서쪽으로 70보쯤 되는 곳에 서1치 터가 있다"라는 두 기록을 합하면 "서1치"라는 명확한 지점이 확보된다. 서 1치 북쪽 끝에서 216보(146보+70보) 떨어진 지점이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 지점으로 바로 화서문 남쪽 끝이다. 약 255미터 실측 거리도 화서문 남쪽 끝(華西門之南)과 일치한다.

화서문의 이름 자체에 서(西)라는 방위가 들어 있어 산상서성으로 보기 쉽다.

셋째, 남은구가 산상서성에 속하는지? 평지남성에 속하는지?이다. 남은구의 위치에 대해 의궤에 "남치(南雉) 아래는 평지인데 71보쯤 되는 거리에 3칸 은구(三間 隱溝)가 있다. 은구는 4보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남치의 동쪽에서 71보 떨어진 지점이 경계선으로 남은구의 서쪽 끝(南隱溝之西)이다. 따라서 남은구는 평지남성에 속한다. 현재 미복원 상태인데 현재 안내소 앞 성(城)이 끝난 지점 인근으로 보면 된다.

 

남은구의 경계선은 남은구의 서쪽을 기준으로 한다. 남은구는 미복원 상태로 남은구 그림을 정리의궤에서 빌려왔다.

넷째, 평지남성과 산상동성의 경계선은 어디인가?이다.

의궤에 "남수문의 동쪽으로 평지를 지나 30보쯤 되는 거리에서부터는 다시 산상의 터로 접어들게 되는데, 자못 그 형세가 험준하다. 또 30보 나아가면 동남각루를 지은 터에 다다르게 되는데"라는 기록이 있다.


경계선이 남수문과 동남각루 사이이므로 유일하게 시설물과 무관한 곳이다. 남수문에서 30보, 동남각루 터에서 30보 지점(東南角樓之下三十步)이므로 남수문과 동남각루의 딱 중간이 경계선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동남각루 터"의 위치는 남수문에서 동남각루 오르는 계단 끝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평지남성과 산상동성은 유일하게 경계선상에 시설물이 없다. 남수문 동쪽 30보 지점이 경계선이다.

원성(元城)만을 기준으로 4성 체계를 만든 것을 곡성을 포함하여 4성으로 구분할 수 있게 경계선을 찾아보았다. 정리하면,

산상동성과 평지북성의 경계선은 화홍문 동쪽(華虹門之東), 화홍문은 평지북성에 속한다.

평지북성과 산상서성의 경계선은 화서문 남쪽(華西門之南), 화서문은 평지북성에 속한다.

산상서성과 평지남성의 경계선은 남은구 서쪽(南隱溝之西), 남은구는 평지남성에 속한다.

평지남성과 산상동성의 경계선은 동남각루 아래로 30보 떨어진 곳(東南角樓之下三十步)이 된다.


지형(地形)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성역 경영의 기준을 세웠지만, 장인(匠人)과 백성도 쉽게 알도록 동서남북을 겸해 4상 명칭을 지었다. 4성(四城) 명칭에서 정조(正祖)의 실용(實用)정신과 애민(愛民)정신을 함께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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