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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24.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20

화성 새 안내판 4성 체계에 대하여

화성에 새로운 안내판을 세웠다. 4성 체계를 처음으로 안내를 하였으나 의궤 본래의 개념과 달라 아쉬움이 크다


4성(四城) 체계 새 안내판 유감


최근 수원 화성의 안내판을 모두 새로이 교체했다. 이번에 처음 시도한 것은 평지북성, 산상서성, 평지남성, 산상동성으로 4성(四城) 체계를 적용한 것이다.


4성에 대한 4곳의 안내문을 모두 보았다. 안내 내용 구성은 시설물이 표시된 화성지도와 간략한 설명이다. 관광객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화성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고개를 갸우뚱하였을 것이다. 필자가 느낀 아쉬운 점을 나눠본다.


먼저 안내 지도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화성 안내도를 남북축(南北軸)으로 한 것은 잘못됐다.

화성 안내도는 서쪽을 위로 하여야 한다. 이유는 화성에는 행궁(行宮)이 있기 때문이다. 행궁을 중심으로 한 "화성전도(華城全圖)"와 같은 체계로 동서축(東西軸)을 위아래로 하는 것이 맞다.

 

이번 새 안내판 설치에서 가장 큰 특징은 4성 별 안내판을 새로이 설치한 것이다. 지도를 보면 의궤처럼 동서축이 아닌 남북축으로 하여 아쉽다.

의궤에 화성의 전모를 설명하며 진산(鎭山)인 팔달산을 후진(後鎭)으로, 전면의 일자문성(一字文星)을 안산(案山)으로 부른 것도 행궁의 좌향(坐向)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행궁은 정서(正西)를 등지고 정동(正東)을 향하는 좌향이므로 동서축이 상하(上下)가 되어야 한다. 일반 지도 체계와다른 것이다.


둘째, 곡성이 아닌 시설물을 성(城)에 붙여 표기한 것은 잘못됐다.

동북각루, 서북각루, 서남각루, 동남각루는 성과 떨어져 표시해야한다. 이유는 각루(角樓)는 성 안(在城身之內)과 용도 안(용甬道之內)에 설치된 시설물로 곡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성격의 서장대, 서노대, 동장대, 동북공심돈은 원칙에 맞게 표시되어 있는데 각루만 다르게 취급한 것은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

화성전도도 행궁을 중심으로 서쪽을 위로 하였다. 동서축으로 행궁과 진산인 팔달산, 안산인 동성, 가운데를 흐르는 큰 내가 화성의 형국을 잘 보여준다.

셋째, 화성 시설물에서 누락된 시설물이 있다.

의궤 "도설(圖說)"에서 시설물로 보고 있는 옹성, 지(池), 포사, 성신사를 안내도에 포함하여야 한다. 안내판의 의미는 "화성"과 "시설물"이다. 화성의 가치는 개별 시설물 하나하나가 아니고 화성 전체의 시스템에 있는 것이다. 화성은 매우 과학적이고, 전략적 산물로 누락이 있다면 화성의 진면목을 전달 못한다.


넷째, 용도(甬道)의 표시를 성(城)과 동일하게 한 것은 잘못이다.

이것은 "용도는 성이다"라고 오도(誤導)하는 것이다. 원성과 다른 색이나 다른 모양을 이용하여 용도가 성이 아님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용도는 길(道)이고, 여장(石築女墻)이라는 의궤의 사실을 알림으로 오히려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다섯째, 지도 아래에 있는 거리 표시의 내용이 불분명하다.

한 예로 서북공심돈에서 북수문까지 거리 0.97km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원성의 길이인지?, 곡성을 포함했는지?, 옹성은 포함되었는지?, 시점과 종점이 어디인지? 등 알 수가 없는 정체불명의 수치다.  

성과 떨어져 팔달산 중턱에 위치한 성신사도 의궤에서 화성의 시설물로 보고 있다.

다음으로 설명 내용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설명 형식이 4성 체계의 개념과 동떨어진 설명이다.

4성을 장안문, 서장대, 팔달문, 창룡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 설명한 것은 4성 체계의 개념과 관련성이 전혀 없다. 의궤와 같이 "화홍문에서 화서문까지"처럼 각 성의 시작점에서 끝나는 지점까지 차례로 소개하면 된다.


4성 체계의 개념은 단순한 방위(方位) 식별을 위함이 아니고, 평지냐 산상이냐의 지형(地形)에 따른 분류이다. 이는 정조(正祖)가 평지와 산상으로 나누어 푼수(分數)를 정하고, 인력, 자재, 장비, 감독체계, 공사 순서 및 일정 계획 등 건설경영의 기준을 삼았던 것이다.


둘째, 시설물의 번호체계가 의궤와 반대로 되어 있다.

의궤 권수(卷首) "개기(開基)"와 권5(卷五) 4상 체계를 보면 모두 행궁의 좌향(坐向)을 기준으로 좌측에서 시작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진행되어 있다. 화성은 산과 평지가 교차하고, 노선도 사각형이 아니고 부정형이라 의궤와 같은 체계이어야 설명이 일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의궤에 "산을 타고 오른다"라는 표현은 "평지를 향하여 내리막이다"로 말을 만들어 바꾸어야 하며, "화서문 남쪽에서 서북각루까지 146보, 여기서 서쪽으로 70보 가면 서1치"라는 기록은 "서1치에서 O쪽으로 OO보를 가면 서북각루, 여기서 O쪽으로 OOO보를 가면 화서문 남쪽"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방향도 거리도 알 수가 없게 된다. 이처럼 저술, 연구 등 학문 분야는 물론 실제 사용에서도 많은 혼선을 주게 된다.   

산상의 성은 경사지로 적군에 불리하고 아군이 방어하기에 유리한 지형으로, 산상성에 한해 평지성의 5분의 1을 줄인 높이로 쌓았다. 

셋째, 각 성 별 시설물 수가 맞지 않는다. 

3가지 이유가 있다. 경계선에 놓인 시설물을 어느 성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 곡성이 아닌 시설물을 포함시킬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 옹성, 용도, 용도 내 시설물을 포함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에서 발생했다.


한 예로 새 안내문에 산(山)이 다하고 내(川)가 된 곳에 위치한 화홍문은 평지북성에 포함하고, 같은 평지에 있는 화서문은 산상서성으로 포함시킨 것은 정의(定義)와 일관성에 맞지 않는다.

용도는 3면이 여장으로 구성된 길이다. 성이 아니다. 용도 부분은 성과 구분되도록 다른 색이나 다른 표기를 했어야 했다.

넷째, 안내문 내용 중 "평지성은 지형이 평탄하여 방어에 유리하도록 다른 곳보다 성벽을 높게 쌓았다"는 설명은 사실과 반대다.

의궤에 의하면 당초 성 높이를 평지성을 기준으로 세웠으나, 시행 중 지형에 따라 방어에 유리한 점을 감안하여 산상성에 한해 기준의 5분의 1을 감(減)하였다고 했다. 평지라서 높인 것이 아니라 산상이라 낮춘 것이다.

화서문은 평지북성일까? 산상서성일까? 새 안내판에는 산상서성에 포함시켰다. 화홍문에 대한 판단과 비교하면 일관성이 없다.

필자는 새 안내판에 대해 "세련된 외형, 아쉬운 내용"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4성 개념", "거리", 소속", 호칭", 기록의 방향" 등 등 화성에서는 정의(定義)의 근거, 또한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새 안내판은 세계 어느 곳과도 달라야 한다. 이유는 화성(華城)은 정조(正祖)의 실용, 과학, 전략, 애민(愛民)의 결과물이고, 특히 세계 유일의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라는 기록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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