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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25. 2020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21

포루(砲樓)는 왜 치(雉)에 못 낄까?

포루(砲樓)는 형태가 성에서 돌출된 형태이고, 곡성(曲城)에도 포함된다. 그런데 왜 치(雉)의 범주에 못 낄까?


포루(砲樓)는 왜 치(雉)에 못 낄까?


의궤에 치(雉)를 설명하며 "치는 8곳이지만 실제로는 16곳이나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 말은 원래 순수한 치는 8곳이고, 치나 다름없는 곳으로 치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한 8곳을 합하여 모두 16곳이란 의미이다. 


순수한 치 8곳은 북동치, 서1치, 서2치, 서3치, 남치, 동3치, 동2치, 동1치이다.

치로 간주되는 8곳 중 포루(舖樓) 5곳은 동북포루, 북포루, 서포루, 동2포루, 동1포루이다.

그리고 치로 간주되는 돈(墩) 2곳과 노대(弩臺) 1곳은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동북노대이다.


그런데 돈과 노대에서 동북공심돈과 서노대가 제외된 이유는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 이기 때문이다. 즉 성 안에 있는 시설물이다. 이래서 원성과 곡성의 정의가 중요하다. 

동북노대는 치(雉)의 범주에 끼는데 같은 노대(弩臺)인 서노대는 빠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까지는 모두 이해가 되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포루(舖樓)나 공심돈과 똑같이 성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포루(砲樓)는 왜 빠졌을까?이다.


포루(砲樓)는 왜 치(雉)에 못 깔까?


이를 밝히기 위해 우선 치의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궤에 "치의 제도는 철(凸) 모양을 성면에 붙인(凸附城面) 것인데, 높이는 성과 같이(高與城齊)하고, 긴 쪽의 너비가 대체로 3장쯤 되며, 바깥쪽으로 현안 구멍이 1개(外面有懸眼)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치 제도에 대한 키워드는 "凸附城面(철부성면)", "高與城齊(고여성제)", "外面有懸眼(외면유현안)"의 3가지다. 풀어보면,

첫째, "철부성면"이란 "성에 잇대어 성 밖으로 돌출되어야 한다"라는 의미이고,

둘째, "고여성제"란 "높이는 성과 같아야 한다"란 의미이고,

셋째, "외면유현안"은 "바깥쪽 전면으로 현안이 있어야 한다"란 말이다.   

서노대와 달리 동북노대는 치(雉)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치의 제도를 상세히 살펴보자.

3가지 키워드 별로 포루(砲樓)를 살펴보자. 과연 치(雉)의 범주에 낄 수 있을까?


첫째, "성에 잇대어 성 밖으로 돌출되어야 한다"

여기서 성 밖으로 3면이 돌출해 나가야 하는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성에 잇대어"에 함축된 의미이다. "잇대어"는 성에 연속하여 치성이 연결되어야 한다는 말이므로, 결과적으로 돌출된 부위는 성과 똑같이 흙에 접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에 포루(砲樓)는 겉모양만 성 밖으로 돌출된 모양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위에 말한 돌출된 3면의 내부가 흙으로 채워있지 않고, 비어 있다는 점이다. 치의 범주에 포함된 시설물은 모두 돌출 부위가 성이고, 내부는 흙으로 꽉 채워져 있는 구조이다. 

포루(砲樓)는 돌출된 3면의 내부가 흙으로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다.

둘째, "높이는 성과 같아야 한다"

포루(砲樓)는 성과 같은 높이가 아니다. 의궤에 "포루는 3면 벽(甓) 두께 6척, 높이는 들보까지 올라와 있다"라고 설명한다. 포루의 벽돌 벽 높이는 들보까지 올라와 있다. 성 높이와 같은 높이가 아니고, 들보 높이와 같은 높이다. 즉 "성과 같은 높이, 고여성제(高與城齊)"가 아니라 "들보와 같은 높이, 고여양접(高與梁接)"이다.


셋째, "바깥쪽으로 현안(懸眼)이 있어야 한다"

포루에는 현안이 없다. 벽체가 벽돌벽이고, 내부가 빈 공간으로 되어있고, 이미 수많은 구멍이 아래위 층에 있기 때문이다.

포루(砲樓)의 외부는 벽돌 벽체이고, 벽체의 높이는 들보까지 이며, 아래위 층의 수많은 구멍으로 현안도 없는 시설이다.

 결론은 포루(砲樓)는 치(雉)의 제도에서 필수요건인 철부성면(凸附城面) 조건뿐만 아니라, 나머지 조건마저 모두 갖추지 못했다. 반면에 치로 간주되는 포루(舖樓),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동북노대는 위 의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단순히 외형만으로 분류하는 손쉬운 방법을 허용하지 않는 치(雉)의 범주에서 정조(正祖)의 일관성과 엄격함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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