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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Feb 15.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38

화성에 정약용은 무엇을 남겼을까?  -2

정약용의 강진 귀양살이 18년, 첫날밤을 지낸 주막이다. 머물던 방에 사의재(四宜齋)란 이름을 붙였다.


화성에 정약용은 무엇을 남겼을까?


지난 편에 화성 축성 기본계획인 정약용의 "성설(城說)"을 살펴보며 화성에 끼친 기여를 평가해 보았다. 기여도가 미미했다. 다산은 성설 외에 옹성, 포루, 현안, 누조, 기중에 관하여 "도설(圖說)"을 만들어 제안한 바 있다.


오늘은 정약용의 "도설"을 기준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두 가지 상황이 예상된다. 성설과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평가가 있을 수 있고, 반대로 바람직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과연 다산의 "도설"은 화성에 얼마만큼 기여했을까?

강진 다산초당이다. 18년 유배 동안 책을 집필하고, 많은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도설은 화성에 필요한 5가지 시설에 대한 제안이다. 구성은 옹성도설(甕城), 포루도설(砲樓), 현안도설(懸眼), 누조도설(漏槽), 기중도설(起重圖說)이다. 이 글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실려 있다.


내용은 중국 문헌을 인용해 설치 목적, 필요성, 중요성, 그리고 관련된 제도에 대한 설명이다. 설명 끝에는 화성에 적용할 기준을 다산이 제시하고 있다.


이제부터 항목 별로 화성성역의궤와 비교하여, 다산의 제안이 실제로 얼마만큼 받아들여졌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정약용은 성(城)에 필요한 계획인 "성설(城說)" 외에 옹성, 현안, 포루, 누조, 기중 등의 "도설(圖說)"도 만들어 제안하였다.


첫째, "옹성도설"은 옹성(甕城)에 대한 제안이다.

옹성은 문(門)을 방어하기 위해 만든 반원형의 외성(外城)이다. 성을 함락하려면 가장 먼저 문을 공격하는 것이 법칙이다. 문은 성 전체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고, 성 전체를 함락하는데 가장 유리한 큰길(大路)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다산은 "문마다 옹성을 두되, 거기에는 작은 문을 하나씩 설치"하라고 제안한다. 


실제로 화성에는 문마다 옹성을 두었다. 옹성 문은 북옹성과 남옹성에는 두었으나, 동옹성과 서옹성에는 문이 없이 옹성 한쪽을 개방하였다. 문을 두지 않은 이유는 개방된 곳 쪽으로 바로 붙어서 거대한 자성치(自成雉)가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옹성에 대한 다산의 제안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한다.

첫째, 문을 방어하는 옹성을 설치할 것을 제안하였다. 사진은 창룡문과 동옹성이다.


둘째, "현안도설"은 현안(懸眼)에 대한 제안이다.

현안은 성벽에 가까이 접근한 적병을 감시하는 시설이다. 돌출된 치의 전면 바로 밑은 어디에서도 감시할 수 없는 감시 사각지대(死角地帶)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아군이 적으로부터 완전히 은폐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점이다.


다산은 "현안을 옹성과 여러 치성에 설치하고, 설치 위치는 치의 전면에만, 그리고 수량은 각각 몇 개씩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설치 대상은 옹성과 여러 치성에 적용했다. 위치도 전면에만 설치하였고, 수량은 방어의 중요도에 따라 차등을 두어 설치했다. 오히려 지형지세에 따라 감동당상(監董堂上)의 판단으로 원성에도 추가로 설치하였다.


현안에 대한 다산의 제안은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한다.

둘째, 성 가까이 접근한 적을 감시하기 위한 현안(懸眼)을 제안하였다. 서북각루 전면의 원성에 설치된 현안이다.


셋째, "누조(漏槽)도설"은 오성지(五星池)에 대한 제안이다.

다산은 문(門) 위에 설치할 물통으로 오성지를 제안했다. 성문이 화공(火攻)을 당하면 물을 쏟아부어 불을 끄기 위한 것이다. 돼지 구유 모양인데, 동그란 구멍이 5개 뚫려 있어 오성지라 부른다. 


다산은 설치 장소는 옹성 문 위에 설치하도록 제안했다. 실제로, 계획된 북옹성과 남옹성은 물론 북암문, 동암문, 서남암문에도 오성지를 설치하였다. 


문제는 설치한 오성지가 물 한 방울 담지 못하는 오성지라는데 있다. 감동당상 조심태의 무지일까? 아니면, 다산의 탁상공론일까? 둘 중 하나일 텐데 답은 알 수 없다.


누조에 대하여는 다산의 제안이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셋째, 화공(火攻)에 대비하여 문 위에 물통인 누조로 오성지(五星池)를 제안하였다. 북암문의 오성지로 문 위에 구멍 5개가 보인다.


넷째, "기중도설"은 거중기(擧重機)에 대한 제안이다.

거중기는 도르래 원리를 이용해 아주 무거운 물건을 올리는 기계이다. 다산은 중국 책 "기기도설(奇器圖說)"에서 원리와 운용방식만 참고하여 거중기를 발명하여 화성에 활용하도록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 화성성역에 1대가 운영되었다. 그러나 어디에 사용했을까 궁금하다. 왜냐하면 거중기 그림을 보면, 올릴 수 있는 높이가 매우 낮고, 스스로 이동하지 못해 조립과 해체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성에서 가장 무거운 중량물인 대문 4곳의 선단석(扇單石)을 올리는 데 사용했을 것이다. 선단석은 1개가 5톤 이상이다.


여러 장소, 많은 수량보다 아주 어려운 곳의 해결사였다. 거중기는 매우 유익하게 활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넷째, 무거운 물건을 올리는 기계로 거중기(擧重機)를 발명하였다. 사진에서 보이는 돌보다 훨씬 더 큰 중량물에 활용했을 것이다.


다섯째, "포루(砲樓)도설"로 성의 여러 시설물에 대한 제안이다.

내용은 포루(砲樓), 적루(敵樓), 적대(敵臺), 포루(舖樓), 노대(弩臺), 각성(角城)을 다루고 있다. 각 시설물에 대해 중국의 제도를 설명한 후 화성 어느 지역에, 몇 개를 세우라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문제는 화성에 없는 명칭이 적루와 각성 2개가 있다. 이 둘은 설명 내용으로 화성의 어느 시설물과 맞는지(매칭) 확인해야 한다.


먼저, 적루(敵樓)이다. 다산은 적루를 설명하며 "반드시 쌓아 올린 성벽으로부터 똑바로 벽돌을 쌓아 올리되(敵樓必自城墻 直起磚砌) 높이를 한정하지 말라" 라 하였다. 이런 구조를 보면 화성의 공심돈과 매칭 된다. 

다섯째, 성의 여러 방어 시설물을 제안하였다. 수량, 위치 등 차이는 있으나 기본 지침으로 잘 활용되었을 것이다. 사진은 동북공심돈이다.


다른 하나는, 각성(角城)이다. 치성(雉城)의 설명 중에 "여러 치는 각성만 쌓기도(㦯只作角城) 하고, 로대를 두기도(㦯間置露臺) 하고, 망루를 높이 세우기도(㦯崒起樓櫓) 한다"라는 기록에 단 한번 나온다. 이를 보면 구조물이 없는 치(雉)의 모습이다. 나머지 포루(砲樓), 적대, 포루(舖樓), 노대(弩臺)는 모두 명칭과 설명이 일치한다. 


다산의 제안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제안 30개소, 실제 27곳이다. 다산이 놓친 각루, 장대, 암문, 포사 등을 감안하면 실제는 41곳이 된다. 이것을 성의 규모와 연계해 보면, 다산의 제안은 3,600보 당초 규모에 30개소이고, 실제는 4,600보 준공 규모에 41곳으로 차이가 없다.


성의 방어 시설물은 위치와 종류별 수량에 하이는 있으나, 다산의 제안을 기준으로 삼았을 것으로 평가한다. 

다산이 제안한 시설물을 기준으로 실제 건립한 수량을 비교한 것이다. 다산이 놓친 시설물을 감안해야 한다.


이상을 정리하면, 오성지만 제외하면, 방어 시설물, 거중기, 현안, 옹성 등 정약용의 도설(圖說)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성설(城說)"의 평가와 사뭇 다른 좋은 결과이다. 도설을 완성하고 1년 반 후 화성 성역이 시작된다. 


두 번에 걸쳐 화성에 남긴 정약용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성설"과 "도설"에 대한 평가는 "다산"에 대한 평가이다. 다만 화성성역에 한정된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성설과 도설을 만들고 10년째 정조의 서거와 18년간의 유배생활이 시작된다. 이후 이룬 다산의 학문적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성 성역을 시작한 두 주역인 임금 정조(正祖)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다산의 "성설(城說)"과 "도설(圖說)"은 내용보다도 대규모 국책사업인 화성성역의 "시발점(始發點)"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원래 "점(點)"이란 형상도 없고, 크기도 없고, 위치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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