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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Mar 22.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43

왜 동3치만 현안(懸眼)이2개일까?

8개 치에서 왜 동3치만 현안이 2개일까? 사진에 보는 동북포루는 전면 폭이 동3치보다 더 넓은데도 1개이다.


왜 동3치(雉)만 현안(懸眼)이 2개일까?


기본 방어시설인 치(雉)가 화성에 8곳이 있다. 시설물 종류 중 가장 많다. 이름은 동과 서에 각각 3곳씩으로 동1치, 동2치, 동3치, 서1치, 서2치, 서3치이다. 남과 북에는 남치(南雉)와 북동치(北東雉)이다. 개수는 많아도 이름 외우기는 쉽다.


동3치(東三雉)는 남수문에서 동쪽으로 높은 언덕에 있는 동남각루(東南角樓) 바로 다음에 있다. 성 밖에서 보면 동3치에는 현안(懸眼)이 2개 설치돼 있다. 모든 치(雉)에 현안이 1개씩 설치되어 있는데 왜 동3치만 2개일까? 오래전부터 갑론을론이 있어 왔다.


동3치 현안은 1개가 맞는 것일까? 2개가 맞는 것일까?

답은 1개이다. 그 근거도 몇 가지 있다.

성역의궤, 정리의궤 모두 치성도(雉城圖)에 현안이 1개이다. 화성전도에도 마찬가지로 1개다. 원형은 1개가 분명하다.

첫째, 화성성역의궤 중 "치성도(雉城圖)"와 한글판 정리(뎡니)의궤에서 "치성외도(外圖)"를 보면 모두 현안이 1개이다. 그리고 양쪽 의궤의 "화성전도(華城全圖)"를 확대해 보아도 1개이다.


한글판 "뎡니의궤"는 효심 깊은 정조(正祖)가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 "수원원행(園幸)"과 "화성성역(城役)"에 관한 내용만 모은 것인데 그림은 칼라로, 내용은 날자 별로 만들어, 보기 좋고,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 원본은 프랑스에 있다.


둘째, 의궤 설명(說)에도 치에 대해 "바깥쪽으로 현안 구멍이 1개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설(說)에도 치의 현안 개수는 1개이다.


셋째, 의궤는 치에 대해 전체를 공통으로 설명하고 끝낸다. 각각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항만 설명하고 있다. 북동치는 북동적대와 붙어있는 점, 서1치는 타구 위를 덮은 점, 서3치와 남치는 여장이 원성 안으로 들어온 점을 말하고 있다. 


동3치가 원래 현안이 2개였다면 당연히 기록되었을 것이다. 매우 특별한 점이기 때문이다.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다른 치와 마찬가지로 1개라는 말이다.


정리하면, 성역 당시 동3치는 현안이 1개였다고 확인되었다.

현재 복원된 동3치에는 현안이 분명히 2개이다. 성역 당시 원형(原形)에서 보는 1개와 다른 모습이다.

의궤 기록처럼 1개이어야만 하는지 확인해보자.

현안의 기능은 전면의 바로 아래를 살피기 위한 시설이라는 것은 모두 아실 것이다. 따라서 동3치의 전면 폭이 넓기 때문에 2개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雉) 8곳의 외면 너비, 즉 전면 폭을 살펴보자. 북동치 7.6m, 서1치 5.9m, 서2치 5.4m, 서3치 4.9m, 남치 3.8m, 동3치 7.6m, 동2치 6.1m, 동1치 6.6m이다. 8개 치 중에서 동3치가 가장 넓다.


포루(舖樓)와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의궤에 치와 포루만 현안을 1개씩 설치하였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포루 중 동3치보다 전면 폭이 넓은 것은 동북포루 7.9m, 북포루 8.3m, 서포루 9.4m이다. 포루 5개 중 3개가 동3치보다 더 넓다.


이 두 자료는 폭이 넓다고 현안을 추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동3치와 폭이 같은 북동치도 현안이 1개이고, 더 넓은 동북포루, 북포루, 서포루도 현안이 1개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성역 당시의 동3치 현안 개수는 1개였다. 그런데 현재 복원된 상태는 2개라는 사실이다.   

전면 폭이 동3치보다 넓은 동북포루(舖樓)도 현안은 1개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동3치와 현안 2개 미스터리"를 풀어보자. 왜 2개가 됐을까? 언제 2개로 됐을까?


몇 개월 전, 필자와 가까운 고건축 연구가 한 분이 사진 파일 두 개를 주셨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병풍도 그림이다. 화성전도(華城全圖)가 포함된 6폭과 12폭 병풍도(병도, 屛圖) 2개이다.


최근에 자세히 살펴보던 중 "동3치 현안 2개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보게 되었다. 12폭 병풍도에는 현안이 1개이고, 6폭에는 2개로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놀랐다. 그래서 이 글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치(雉)는 위계(位階, Hierarchy)가 낮은 시설물이다. 그래서인지 의궤에도 개별 그림이 없다. 따라서 동3치 현안을 확인하려면 "화성전도"에서 확대해 보아야 한다. 도성도(都城圖), 읍성도(邑城圖)는 진산(鎭山)을 위로하여 그리기 때문에 다행히 동3치 현안을 볼 수 있다.

12폭 병풍도에는 동3치에 현안이 분명히 1개이다.

병풍도 자체로는 왜 2개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언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있다. 조건은 제작연도이다. 제작연도는 언제일까?


제작연도는 다른 학자의 자료에서 가져왔다. 2019년 "화성연구회 학술회의" 자료이다. 수원화성박물관 한동민 관장의 "정조 이후의 화성을 그리다"라는 주제발표 내용이다. 발표에서 제작연대를 12폭 병풍도는 1814년에서 1824년 사이, 6폭 병풍도는 1831년 이후 작품으로 추정하였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동3치 현안 수는 성역 완료 1796년에 1개, 1824년에 1개, 1831년에 2개가 된다. 따라서 현안이 1개에서 2개로 변동된 시기는 1825년부터 1831년 사이가 된다.


이로서 동3치 현안은 성역 당시 1개이고, 2개로 바뀐 시점은 1825년부터 1831년 사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왜 2개가 되었을까?

병풍이 접히는 부분에 위치한 시설물이 동3치이다. 현안이 분명히 2개가 보인다.

필자는 완공 후 1825년과 1831년 사이 어느 날 "붕괴되어" 복원공사 중 2개로 "바꾸었을" 가능성을 가장 크게 본다. 새로 제기한 "붕괴"와 "바꾸다"에 대해 따져보자.


먼저 "붕괴"에 대한 근거이다.

치에서 현안을 1개에서 2개로 변경하려면 두 경우뿐이 없다. 의도를 갖고 모두 부수고 2개로 바꾸는 경우와 자연재해로 붕괴되어 복원할 때 2개로 바꾸는 경우이다. 


현안을 2개로 바꾸기 위해 동3치를 해체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성역 이후 홍수로 붕괴되어도 예산이 없어 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된 기록이 많다. 따라서 자연재해로 붕괴되어 복원하면서 2개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1개에서 1개를 추가하면 2개가 되는데 왜 모두 부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치(雉)는 부분공사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다. 기둥이나 보가 없이 돌로 쌓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안을 2개로 바꾸려면 전면을 모두 뜯어야 하고, 전면을 뜯으려면 치 전체의 70% 이상 해체해야 가능하다.


현안(懸眼)은 추가 공사가 아예 불가능한 구조이다. 현안은 1개 경우 정 중앙에 위치하고, 2개일 경우 3분의 1 지점과 3분의 2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면을 모두 해체해야 가능하다. 추가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조건도 있다. 동3치의 입지는 급경사지다. 그리고 동3치의 돌출 규모는 매우 큰 편이다. 이상의 특성과 조건을 감안하면 "붕괴"되어 복원공사 시 1개에서 2개로 "바꾸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아도 문제가 없다. 

동3치 좌우 코너 부분의 현재 상태이다. 균열 폭이 큰 상태이다. 그렇다고 붕괴될 것 같지는 않다.

다음으로 "바꾸다"에 대한 추정이다.

복원을 담당한 장인(匠人)은 대규모 공사가 아닐 경우 감동(監董, 감독) 역할까지 겸해 결정권이 큰 편이었다. 현안의 기능을 꿰뚫고 있고, 동3치의 전면 폭이 유난히 넓은 것을 알고 있기에 2개로 늘려 변경한 것이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된다.


원형(原形) 북원을 하지 않은 잘못은 있으나, 장인의 분석력과 소신은 가상하다. 하지만 그 장인은 실수를 했다. 현안 수량을 정하는 규범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감동(監董) 없이 공사하는 장인의 한계이다. 왜 동3치는 현안이 2개이면 안 되는지 현안 수량 결정 규범에 대해 국내 최초로 다음 편에 소개할 예정이다.


동남각루 쪽으로 가까이 보내고, 폭도 넓혀, 방어력을 증강시킨 동3치(東三雉)에서 한 장인(匠人)의 애틋한 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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