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편안해지는 사람이 있어.
이런저런 경험을 담은 위로나
어디서 들은 듯 어설픈 조언 대신
그저 웃어주는 얼굴 하나에
마음이 조용히 풀릴 때가 있지.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큰 행운이야.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그저 조용히 웃어주는 누군가와
마주 앉아 마음을 내려놓았던 기억.
그리운 마음에 노트를 천천히 펼쳤어.
그리고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어.
“특별한 말을 담아 전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전해지는 사람이 있단다.
마주 앉아 조용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꽤 깊이 치유되기도 해.”
그 말을 읽고는,
정말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
대학 입시를 망치고,
자존감 바닥까지 내려갔던 시절.
모두가 위로의 말들을 쏟아낼 때
아빠는 나를 보고 아무 말이 없었어.
그저 평상 시처럼 맞은편 식탁에 앉아
따뜻한 국을 건네주며 미소를 지을 뿐.
“괜찮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전해지는 그 웃음 하나가
‘나는 너를 여전히 믿고 있어’
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지.
그날 이후,
나는 조용히 회복되기 시작했어.
그 어떤 말로 치유되는 게 아니라
살며시 마음으로 닿은 온기가
나를 천천히 일으켜세웠던 거야.
요즘엔 그런 사람이 참 그리워.
속 깊은 말을 꺼내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다 안다고 말해주는 사람.
조용히 웃어주며 옆에 있어주는 사람.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고,
이 노트의 글들도 그날의 웃음처럼
조용히 내 마음을 어루만져줘.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 아플 때
괜찮냐고 다그치듯 묻기보다
그저 옆에 앉아 따뜻한 눈으로
웃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게 진짜 위로라는 걸,
아빠가 가르쳐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