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놓는다는 건 떠나는 것이 아니라, 네가 너의 걸음을 걷도록 해주는 거란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건
사랑이지만,
그 손을 놓아주는 일도
또 다른 사랑이라는 걸
나는 아빠에게 배웠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무렵,
점점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야자 끝나면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 있고,
주말이면 학원과 카페를 오가며
조금씩 '내 삶'이라는 공간을 넓혀갔다.
그 무렵부터였나 보다..
아빠와의 거리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같이 식탁에 마주 앉는 시간도 줄었고,
아빠가 내게 묻던 질문들도 점점 짧아졌다.
“잘 다녀왔어?”
“밥은 먹었니?”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아빠의 말이
어쩐지 내게는 점점 낯설게 다가왔다.
어느 날 밤,
도서관에서 늦게 돌아오는 길.
집 앞 골목에 도착하니
아빠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무섭진 않았어?”
그 한마디에 나는 짧게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려다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아빠는 그 자리에
잠시 더 서 있다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아빠의 마음이 변해서
내 손을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내가 나아갈 수 있도록
그 손을 천천히 풀고 있었던 거란 걸.
잡아주고 싶지만 붙잡지 않고,
말해주고 싶지만 말하지 않으며,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조심스레
내가 걸어가는 걸 바라봐 주는 사랑.
그것이 아빠의 방식으로
‘어른으로 길러내는 손’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그때의 나는
아빠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달라진 건
아빠가 아니라 나였다.
나는 아빠의 손을 놓고 있었고,
아빠는 그걸 알아차리면서도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그 순간 아빠가 놓아주던 손은
어쩌면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다정한 손길이었을 것이다.
아빠, 그때 당신은 제 손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셨던 거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아요.
당신이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
저도 언젠가 누군가를 다정하게
놓아줄 수 있을까요?
사랑한다는 이유로 붙잡기보다는,
그 사람이 온전히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당신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