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어.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나누고,
무언가를 기획하고, 또 정리하고.
겉으론 모든 게 잘 굴러가고 있었지만
집에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오늘 나는 나를 한 번이라도 바라봤을까?’
마음속 어딘가가 허전했어.
어렴풋하게 그리움 같은 감정인데,
누구를 향한 건지 모르겠는 이상한 그리움.
그러다 깨달았지.
오늘 하루,
나는 나를 너무 등지고 있었구나.
그 마음으로 노트를 펼쳤어.
조용한 밤,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그 순간
페이지 위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
“가끔은 다른 누구보다
네가 너를 가장 그리워하게 된단다.
그럴 땐 잠시 멈춰
스스로를 꼭 안아주렴.
네 안의 너도 외로울 수 있으니까.”
그 말을 읽는 순간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억지로 다독였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
오늘 하루 나는
너무 멀리 와 있었던 거야.
나 스스로에게서.
.. 그리곤 아빠가 생각났어.
고등학교 때,
학원에 치이고 시험에 지쳐
표정도 없이 살아가던 나를
아빠는 한밤중에 불러내
편의점 앞 벤치에 앉혔지.
그리고 조용히 말했어.
“우리 딸, 요즘 네가 안 보여.
괜찮은 척, 안 힘든 척하느라
네 마음이 너무 가려지는 것 같아.
그냥, 주변보다 너 자신의 상태를
조금 더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그때는 그 말이
그저 걱정으로만 들렸는데
지금 와서야 아빠가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존재가
조용히 울고 있다는 걸 알았음을 느껴.
오늘도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나를 잃어버릴 뻔했지만,
아빠의 마음이 담긴 노트를 통해
조용히 다시 나를 만나게 되었어.
그리고 이제는 말해주고 싶어.
“오늘 하루, 나도 많이 애썼어.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를 꼭 안아줄게.
내가 너무 그리웠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