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 뒤에 있던 온기

by 나무를심는사람

“아빠는 항상 웃었지만, 나는 그 웃음 너머에 담긴 온기를 너무 늦게야 읽었다.”


어릴 적 나는
아빠가 늘 같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말수는 적고, 언제나 조용히

같은 표정의 미소를 짓는 사람.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항상 어딘가 담담한 얼굴.

그 웃음은 언제나 고요했다.

환하게 웃는다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변함없이

내 말에 동의하고 있다는 듯한 미소.

나는 그걸 그저

아빠의 평범한 얼굴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 웃음 너머의 무게를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엄마의 무심코 내뱉은 말실수로
아빠 회사가 많이 힘들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못들은 듯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굴었지만
속으론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날 밤,
거실로 물을 마시러 나왔을 때
아빠는 여느 날처럼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아빠는 눈길을 돌리며
익숙한 그 미소를 지었다.


“왜? 잠 안 와?”
그 짧은 말 속에도
늘 들어 있던 익숙한 따뜻함.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빠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때서야 문득 조심스럽게
아빠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눈가에 깊어진 주름,
살짝 말라 있던 입술,
그리고 그 미소 아래 숨어 있는
조금은 지친 숨결.

그날 처음으로

나는 그 미소가
모든 걸 말하지 않기 위해

힘겹게 지어졌다는 걸 알았다.


아빠는 아무 일 없는 듯 웃으며
가족에게 무거운 말을 하는 대신

자신의 안으로 삼키던 사람이었다.

그 후로, 나는 아빠의 미소를

평상 시와는 다르게 보게 됐다.

좋아서 짓는 웃음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혼자 감정을 눌러 담는 웃음도

힘겹게 베어 있다는 걸 배웠다.

그러고 나서야..
그 웃음 속에 담긴 온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살다 보면
사람들은 종종 웃는다.
가볍게, 혹은 습관처럼.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의 결을
진심으로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아빠 덕분에
이제는 누군가의 미소가
무엇을 말하지 않고 있는지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아빠,
그때 당신의 웃음은
조용히 버텨낸 하루의 흔적이었죠.

제가 몰랐던 많은 순간들 속에서
당신은 그저 웃으며
모든 걸 감싸주고 있었어요.


이제 와서

그 웃음을 떠올릴수록

괜히 가슴이 저려오지만

그래도 그 웃음 안에
저를 향한 다정함이 있었던 걸
이제는 분명히 알아요.

그리고 그 온기가

지금도 제 안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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