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끊임없이 바뀌고,
사람들은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데
참 신기하게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들이 있어.
익숙한 골목길,
어릴 적 사진 속 웃는 얼굴,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늘 남아 있는 어떤 말들.
요즘 나는 그런 ‘늘 같은 자리’가
무척 그리워.
어디를 가도 새로운 것이 가득하고,
사람들도 관계도 바쁘게 흘러가는데
마치 한 발 늦은 나만
멍하니 서 있는 것 같거든.
그런 날엔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노트 한 장을 펼쳐 넘기게 돼.
그리고 오늘은 이런 글이 나를 맞이했어.
“네가 멀리 떠나 있어도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마음들이 있단다.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들 말이야.”
나는 그 말을 읽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
바쁘게만 달리던 시선이
잠시 멈춰졌고,
나도 모르게 아빠가 떠올랐어.
어릴 때, 학원 끝나고 늦게 집에 오면
항상 불도 안 켜고
소파에 조용히 앉아 계시던 아빠.
식탁 위엔 데워둔 밥이 놓여 있었고
그 밥 옆엔 꼭 쪽지가 있었지.
‘잘 다녀왔니? 아빠는 늘 곁에 있단다.’
그 말이, 그 존재가
내 어린 시절을 지탱해주는 등불 같았어.
나는 그걸, 오랜 동안
잊고 살았던 거야.
이 노트를 읽으며 자꾸만 느껴져.
내가 떠나온 줄로만 알았던 그 마음이
사실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거라고.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아서
더 쉽게 지나치고,
더 늦은 시간이 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지도 몰라.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아.
그런 마음들이 머무르며
나를 기다려왔다는 걸.
그리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켜줬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내 마음 한구석에도
작은 자리를 남겨두려 해.
나의 누군가 언젠가 돌아올 수 있도록.
혹은, 내가 다시 나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