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눈을 뜨고,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
크게 웃지도 않았고,
눈물날 일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은
마음이 잔잔하고 따뜻했어.
별일 없는 하루가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평범함이란,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선물이라는 말을
오늘은 조금 알 것 같았거든.
그런 생각을 안고 돌아와
조용히 노트를 펼쳤어.
그리고 오늘 따라 눈에 들어온 문장.
“가장 평범한 날들이
가장 그리워질 날이 오기 전에
오늘의 따뜻함을 마음에 잘 접어두렴.
네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삶의 기적 같은 순간들이란다.”
천천히 그 글을 읽으며
아빠와 함께 보냈던
평범했던 일상들을 떠올렸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더 집어넣던 아빠.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며
발을 맞춰 걷던 그 짧은 골목.
함께 보던 드라마 한 편에
몰래 눈물을 훌쩍 거리다
서로 마주보곤 웃음이 터지던 날.
그 시절엔 너무도 평범해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던 순간들이
이젠 가슴 한쪽을 꼭 잡아당겨.
우리는 왜
소중한 걸 잃고 나서야
그게 선물이었음을 알게 될까.
왜 그렇게 오래 돌아와야만
마음이 닿을 수 있을까.
아빠의노트는,
그런 하루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눌러 담긴 상자 같아.
마치 아빠가 내게 준
평범한 날들의 선물을 하나씩
다시 열어보게 해주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은
감히 말해도 될 것 같아.
“오늘은 참 좋은 날이었어.”
아무 일도 없었기에,
그게 너무 고마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