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눈을 피했고, 당신은 그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빠의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변화는 분명히 아주 조용히,
그러면서도 또렷하게 찾아왔다.
식탁에서 마주 앉아도
내 시선은 밥그릇에 머물렀고,
거실을 지나다 마주쳐도
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는 척하며
이내 고개를 숙였다.
아빠는 그 변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나에겐
어떤 날은 고맙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그땐 왜 그렇게 아빠의 눈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을까.
아마도 어느 순간부터 뒤엉킨
내 안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들이
그 시선을 통과해 다 들켜버릴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어설픈 반항,
사춘기의 민감함,
자존심과 불안의 뒤섞임.
그 모든 감정은
단단하지도,
정확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누군가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일이
버겁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눈을 피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멀어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아빠가 내게 건네는
말 없는 다정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성껏 과일을 깎아놓은 접시,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담긴 도시락,
현관 앞에 놓인 작고 따뜻한 보온병.
그건 아빠가 말 대신 건네는
나를 향한 마음의 신호 같은 것들이었다.
하루는 학교에서
무거운 발표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었다.
온종일 사람들 앞에 서 있었던 탓에
나는 그날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거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던 찰나,
아빠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나가자 작게 말했다.
“수고했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날 밤, 내 방 책상 위엔
‘잘했다. 고생 많았다’ 라고 적힌
손글씨 메모가 놓여 있었다.
그 메모는 그날의 긴장은 풀어주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도록
깊고 따사로운 위로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눈을 피하고 있을 때에도
아빠는 결코 나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 시선은 등 뒤에서도
내 안의 마음을 살펴보고 있었고,
나는 그 눈을 피하면서도
어쩌면 가장 크게
그 눈에 기댔는지도 모른다.
아빠,
그 시절의 저는
당신의 눈을 피하면서도
당신의 마음을 원하고 있었어요.
그걸 말로 하지 못해
멀어진 척,
차가운 척했지만
사실은 당신의 눈길이
언제나 그리웠던 거예요.
지금은 말할 수 있어요.
그때 당신의 눈빛은
저를 재촉하는 게 아니라
그저 기다려주고 있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