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계절이 있다면
지금 나는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봄처럼 설레는 것도 아니고,
여름처럼 뜨겁지도 않은,
그렇다고 겨울처럼 차갑지도 않은
조금은 애매하고 흐릿한 가을 같아.
감정은 잎처럼 바스락거리고,
추억은 낙엽처럼 자꾸만 쌓여가고,
그 위로 조심조심 걸으며
나는 나를 다시 들여다 보게 돼.
책 사이 끼워둔 낙옆을 찾아보듯
천천히 조심스레 노트를 펼쳤어.
그리고 그 안에는 낙엽 대신
아빠의 마음이 물들어 있는 글이
기다린 듯 나를 맞이했지.
“마음도 계절을 따라 흐른단다.
언제나 봄일 수는 없는 것처럼,
때로는 겨울처럼 쌀쌀할 수도 있어.
때로는 뜨거운 여름처럼 타오르거나
가을의 단풍길 사이를 지나게 될거야.
그러니 감정을 억지로 밀어내지 말고
마음의 계절을 지나면 된단다.”
문득, 아빠의 계절이 궁금해졌어.
그 동안 아빠는 어떤 계절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을까.
혹시 나와 다투고,
내가 차갑게 굴던 그 시간들에도
아빠는 마음속에서 내가 돌아 올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기억나.
어릴 적,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아빠는 늘 나를 데리고 동네 공원을 걸었어.
그땐 잎 하나 남지 않은 나무가 지루했지만
아빠는 항상 말했지.
“이 나무도 봄이 오면
제일 먼저 꽃 피우는 나무야.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계절일 뿐이야.”
그 말이 이제서야 내 마음에 스며들어.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계절도
그저 꽃을 피우는 나를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기다리는 계절일 뿐이라는 걸.
조급해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따뜻한 햇살이 비집고
내 마음에도 스며들겠지.
슬픔과 후회, 사랑과 그리움이
반복되 듯 계절처럼 돌아오고,
그 계절을 매번 기록하고 새기며
내일의 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갈거야.
그래, 이제는 내 마음의 계절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기로 했어.
지금은 그저 가을처럼 낙엽이 지고
때때로 바람이 부는 계절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는 새로운 계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게 됐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