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려는 마음은 아니었는데

by 나무를심는사람

“멀어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는데… 서로, 말없이 그렇게 멀어졌다.”


아빠와 나 사이엔
정확히 언제부터인가
‘적당한 거리’라는 게 생겼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말은 줄었고, 눈빛은 스쳐 지나갔고,
문틈은 점점 더 좁혀져만갔다.


그렇다고 크게 싸운 것도,
상처 주는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서로가 조용히 서로를

비켜가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아빠를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아빠는 나를 설득하기엔
너무나도 조용한 사람이었다.


나는 점점 내면의 늪에 빠져 들었고,

내가 세차게 저항하며 밀어낼수록

아빠는 점점 더 뒤로 물러섰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말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하지만 사실 상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서로가 용기를 내어주길 기다렸다는 걸
조금 더 자라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거실 불이 꺼진 집에 들어올 때마다

아빠가 여전히 그 집 안 어딘가에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낀 것처럼


아빠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잘 갔을지, 오늘 기분은 어땠을지를
혼자서 생각했을 것이다.


서로에게서 멀어지려는 마음은
둘 중 누구에게도 없었다.

다만, 그 시절의 우리에겐
다시 다가설 용기가 부족했을 뿐이다.


가끔씩,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마음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멀어진다고 느낀다.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고,

아빠는 그걸 어떻게 꺼내줘야 할지
방법을 몰랐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그렇게

마주 보고도 마주 설 수 없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오래 남는다.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의 아빠를 기억한다.

식탁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던 눈,
“조심히 다녀와”라는 말을 담은 시선,
언제나 한결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던 안정적인 존재감.

아빠는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조용히 나를 흔들고 있다.


아빠, 그땐 저도 그렇게까지

멀어질 생각은 없었어요.

그저 자라는 마음이 서툴렀고,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질수록

자꾸 숨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요.

사람이 멀어지는 건
마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꺼낼 용기를
결심하지 못해서라는 걸요.


아빠도 그랬나요?

그저 그 자리를 지키며 내내
제가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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