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잘 몰랐어.
무심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사실은 누구보다 섬세하게
마음을 건네고 있을 수 있다는 걸.
말수는 적고, 표현도 서툴지만
내 곁을 지나던 모든 순간에는
나를 배려하려는 조심스런 마음과
스며듣 듯 다정함이 배어 나는
소중하고 고마운 이들이 있었어.
늦었지만 이제야 알아차렸던 거야.
오늘도 어김없이 넘기고 있던
아빠의 노트 페이지 한 켠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어.
“다정한 사람이란 꼭
따뜻한 말만 하는 사람은 아니란다.
때로는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것,
필요한 순간 말없이 손을 내미는 것,
그 모든 게 다정한 이들이 지닌
또 다른 얼굴일 수도 있단다.”
그 글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살짝 저릿해짐을 느꼈어.
어쩌면 나에게는 아빠가
딱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았고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지만
항상 내 하루를 묵묵히 받쳐주는
조용한 기둥 같은 사람이었지.
그래, 생각이 나.
함께 길을 걷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우산이 없던 나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툭하고 걸치듯 코트를 벗어주던 아빠.
아무 말 없이 등을 톡톡 두드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나를 다 말려준 뒤에야
젖은 수건으로 자신의 물기를 닦던 그 모습.
그때는 그 무뚝뚝함 속에 가려진
아빠의 배려와 다정함을 미처 알지 못했어.
한발 늦었지만 이제야 알것 같아.
가장 깊고 따뜻한 마음은
조심스레 말없이 다가온다는 걸.
요즘 나는, 나의 주위에 머무는
무심한 듯 다정한 사람들의 진심에
조금 더 귀 기울여보려 해.
그 속엔 한없이 따뜻하고 깊은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빠가 남겨준 다정함의 흔적이
내게 소중한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