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등을 돌릴 때조차, 당신은 언제나 내 쪽에 서 있었어요.”
살다 보면, 혼자가 아니란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아빠를 통해 알게 되었다.
세상이 등을 돌린 것 같은 날에도
내가 실망스러운 선택을 했을 때도,
말도 안되는 고집만 세웠을 때도,
화를 내며 방문을 쾅 닫았을 때도
아빠는 한 번도 나를 외면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문 너머에서 조용히 기다리다
쭈삣쭈삣 거리던 나를 맞아주는 사람..
가고 싶던 대학에 떨어지던 겨울,
그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아
며칠을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주변의 관심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친구들의 연락도 무심하게 밀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문틈 아래로 메모 한 장이 들어왔다.
“하윤아. 이 길이 아니어도
넌 반드시 너의 길을 찾을 거야.
아빠는 여전히 그걸 믿고 있단다.”
그건 내게는 익숙한 아빠의 필체였다.
조용하고 단정하지만 묵직한 문장..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와 식탁에 앉았다.
아빠는 아무 말 없이 평소처럼
따뜻한 국을 내 앞으로 밀어주었고,
국물이 담긴 한 숟갈의 온기 안에는
말보다 큰 믿음이 담겨 있었다.
그 믿음은 그 해 성장통을 앓던 내가
차갑고 시린 겨울을 견디게 해주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인생의 여러 갈림길과 선택에서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었던 사람은
조용하지만 곁에 있어 주던 아빠었다.
소리 높여 응원하지 않아도,
등을 세게 밀어주지 않아도,
그저 내가 넘어지지 않게 지지하며
먼저 나서지 않고 기다려 주던 사람.
아빠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점점 자라고 어른이 되면서
누구의 편이 되어준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걸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그 자리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는
언제나 그렇게 내 편이었다.
내가 모든 마음을 전하지 않아도,
때론 실망스러운 딸이어도,
먼저 등 돌리고 상처를 주던 날조차도.
당신은 오래도록 내 편이었다.
아빠, 그동안 저는 몰랐어요.
당신이 항상 한 걸음 뒤를 지키며
제 편이 되어주고 있었다는 걸.
그게 얼마나 든든한 일인지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를..
이제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아빠가 제 편이었다는 걸
언제까지나 기억하며 살아갈 거예요.
저도 누군가에게 조용한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당신에게 배운 소중한 사랑을
내 안에 오래 남겨두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