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틈에서 피어난 순간

by 나무를심는사람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도

잠시 나를 멈추게 하는 순간이 있어.

엘리베이터가 늦게 도착하는 아침,
따뜻한 차가 식기 전의 고요한 틈,
빨간불 앞에 멈춰 선 발걸음처럼.


비록, 그 틈은 아주 작지만
마음은 좁은 사이에서 숨을 돌리더라.
오늘도 그 틈에 앉아 조용히 노트를 펼쳤어.


“때론 시간에 쫓기듯 지내다 보면,
중요한 마음들을 놓칠 수 있단다.
일상의 작은 틈,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감정들을 지나치지 말아줘.”


그 말을 읽는 순간, 그 동안 놓쳐왔던

내 일상의 무수한 틈들이 떠올랐어.

일을 하며, 밥을 먹으며,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늘 다음 순간을 먼저 떠올리고 있었지.

지금이 아닌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보느라
정작 오늘의 나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문득, 아빠와 나눈 평범한 일상이 떠올랐어.
어느 주말 오후, 나는 미뤄둔 숙제에 바빴고
아빠는 말없이 마루에 앉아 있던 그날.


“아빠, 뭐해요?” 하고 물었더니
아빠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지.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지금이 좋아.”

그땐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어.

‘지금’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아빠는 뭐가 그리 좋다는 걸까.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
그 순간, 아빠는 일상의 틈을

바라보고 있었던 거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자신만의 조용한 시간 속에서

소중한 감정을 만나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지금, 나도 그걸 배우고 있어.
분주한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한 줄기,
소리 없이 내리는 따뜻한 햇살 한 조각,
그리고 마음속에 피어나는 그리움 하나.


일상의 틈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이 살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아주 작고 소중한 선물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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