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세계를 연결하는 한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세상에는 다양하면서도 강력한 지위를 통해 국경 없는 영토를 확장하여, 실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발생시키며 시장을 쥐락펴락 움직이는 글로벌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 국가 중 하나에 머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장르, 웹툰을 탄생시킨 웹툰 종주국이기 때문이다. 웹툰은 단순한 디지털 만화를 넘어서, 모바일에 최적화된 새로운 시각 언어이자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 혁신이다. 이러한 웹툰은 세계 콘텐츠 산업의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며, 우리가 주도적으로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어야 할 명분이자 책임의 근거이다.
웹툰은 오락의 도구나 여가 활동의 수단을 넘어, 한국 사회가 축적해 온 창작력, 기술력, 그리고 감성적 표현 능력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결정체이다. 이는 한국형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의 정점에 서 있으며, 웹툰이야말로 K-콘텐츠의 미래를 상징하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젊은 세대는 한국 웹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있으며, 이는 K-POP이나 K-드라마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 수출을 넘어서 플랫폼 주도권을 쥐는 것은 단순히 산업적 이익을 넘는,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한 차례 뼈아픈 경험을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판도라 TV와 같은 기술적 선도성과 창의성을 갖춘 독창적 플랫폼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이를 제도화하고 산업화하는 데 실패하며,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에 주도권을 넘겨준 전례가 있다. 이는 단지 기술력 부족이 아닌,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한계, 그리고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다. '콘텐츠 주도국'이 되는 것과 '플랫폼 주도국'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다시 한번 그 분기점에 서 있다.
오늘날 개인 방송은 유튜브가, 영화는 넷플릭스가, 게임은 스팀이 최상위 독점적 플랫폼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플랫폼들은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자국의 문화·경제·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콘텐츠의 유통 구조와 수익 구조를 통째로 장악하고 있다. 플랫폼은 곧 경제 생태계이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규정하고 이끌어가는 새로운 권력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글로벌 플랫폼을 따라가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영역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립해야 한다. 바로 그 중심에 웹툰이 있다.
웹툰은 이미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일본, 미국,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한국의 웹툰들이 유의미한 기록들을 만들어 내고, 한국 웹툰 작가들의 글로벌 팬덤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한국형 웹툰 플랫폼은 시장 진출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며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초기에는 어쩔 수 없이 단순한 콘텐츠 수출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독립적인 플랫폼과 기술, 번역 및 로컬라이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융합형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장르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즉, 웹툰 플랫폼은 단순히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하도록 하기 위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문화산업의 주 무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음을 증명한다. 웹툰은 기술과 스토리, 사용자 경험이 결합된 한국형 뉴미디어이자, 세계 콘텐츠 산업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플랫폼형 콘텐츠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점검하면 우리는 그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플랫폼 생태계 위에 울타리를 두르고, 각종 규제와 제한으로 과잉간섭을 해 왔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적 지원보다는, 플랫폼의 운영 구조나 수익모델, 서비스 방식에 대해 조목조목 간섭하기에 바빴다. 이는 산업의 유연성과 민첩성을 저해하고, 결국에는 새로운 시도와 혁신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왔다. 다양한 민간 웹툰 플랫폼들은 자체 기술력과 창의적 콘텐츠로 글로벌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나, 제도적, 정책적 한계에 가로막히고 있다. 이제 더이상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앞으로의 문화강국 대한민국은 이제라도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는 글로벌 웹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규제가 아닌 지원과 협력의 정책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 민관이 협력하여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 현지화(로컬라이징), 다양한 언어권 콘텐츠 제작과 번역 기술 개발, 법률·저작권 보호 시스템 확립 등에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나아가 웹툰 관련 R&D를 적극 장려하고, AI 기반 콘텐츠 자동화,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 글로벌 독자 맞춤형 큐레이션 기술 등에 대한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세계로 향하는 웹툰 플랫폼이 단순한 콘텐츠 유통 채널이 아니라, 창작자, 제작사, 번역가, 독자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성장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로 발전하도록, 안정적인 투자 구조와 수익 분배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웹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창작자의 권리는 보호하며, 중소업체의 적극적인 역할과 활동을 장려하고, 플랫폼의 선도적인 개척과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지 산업 보호 차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콘텐츠 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의 탄생은 그저 여러 산업 중 하나의 성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문화 기술(Culture Tech)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세계 표준을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나아가, 웹툰 플랫폼은 게임, 영상, 출판, IP 사업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 연계되어 강력한 파생 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성장,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웹툰 종주국이라는 이름은 이제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웹툰은 세계로 나가야 하고, 세계는 한국의 웹툰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의 미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플랫폼의 경쟁력을 만들어야 할 시간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한 번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