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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PD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이드

by 나무를심는사람

이번 주제에서 예시로 든 아래의 내용은 웹툰 PD를 지원하려는 이들의 실제 인터뷰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다. 그 내용에서 오류를 바로잡아 이해를 돕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대답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웹툰 PD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고, 웹툰 PD가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이들이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있다. 웹툰 PD가 하는 일에는 본인이 기대하고 바라는 웹툰의 긍정적인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웹툰 PD가 되고 싶은 이유’가 나머지 다른 조건이나 상황들을 기꺼이 감당하고 뛰어넘는 정도가 되어야 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하고자 한다.


“웹툰을 정말 많이 봐요. 제가 한달에 결제하는 비용만 어마어마 하다니깐요.”

웹툰 PD가 되려면 웹툰을 많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웹툰을 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일을 하기도 불가능하거니와 웹툰 PD를 지원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웹툰을 많이 보는 것을 어떤 자격이나 특별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보다는 기본으로 여긴다. 또한 ‘웹툰을 많이 본다’는 것에는 함정이 숨어있는데 어떤 특정한 장르만 관심이 있다거나 그중에서도 늘 보는 성향의 작품만 가려서 보는 것은 웹툰 PD로서는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의 경우 연재를 위해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들만 그 수량부터 장르 별로 무수히 많고, 스튜디오는 회사에서 제작하려는 작품이 특정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을뿐더러 본인이 맡고 싶은 작품만 골라서 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특정 장르에서 특별한 감각과 실력을 발휘하여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다른 얘기가 될 수는 있지만, 단계적인 과정과 성과가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 회사를 정할 때 특정 장르에 특화된 플랫폼과 스튜디오를 알아보고 잘 판단하도록 한다.


“그림을 못그려서 웹툰을 포기했었는데, 웹툰 PD는 그림을 못그려도 할 수 있잖아요.”

웹툰 PD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관련 학과 전공이 아니더라도 감점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단, 반대의 상황이면 좀 더 유리할 수는 있겠으나, 관련 학과를 나왔다고 전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아닐뿐더러, 학업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치, 그래픽 툴에 대한 숙련도 등이 비슷하면 차이는 없다. 어떤 이의 경우 ‘작가님이 바쁘실 때 제가 대신 채색을 하거나 어시의 역할이 되어 드릴 수 있기 때문에...’라며 자신의 전공 이력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뭐든 아예 못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이 낫고, 사람의 일은 알 수 없어서 간혹 급하게 필요할 수는 있겠으나 회사에서 웹툰 PD에게 바라는 역할이 ‘작품 제작을 보조하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당하는 작품이 복수일 경우 모든 작가의 어시 역할을 소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느 한 명의 어시 업무에 신경을 쓰다가 정작 웹툰 PD 본연의 임무와 역할을 놓친다면 그것만큼 민폐가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웹툰 PD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좋은 음악을 가려낼 줄 아는 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아니거나 전략, 전술에 능한 축구팀의 유능한 감독이 반드시 볼을 다루는 것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비록 그림은 그릴 줄 모르더라도 작품의 의도와 흐름을 해석하고 컷의 배치와 간격, 장면의 설계 등을 이용한 연출이 가능하며, 배경의 구도와 인체 데생, 포즈 등을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제시하여 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작업 자체를 본인이 하지는 않겠으나 더 나은 이야기, 더 나은 연출, 더 나은 비주얼을 위해 방향을 제시하고 가이드를 하지 못한다면 그냥 작가와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에 머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수 있겠다.


“웹툰 PD가 되면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또 친해질 수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를 섭외해서 함께 일하고 싶어요.”

MBC의 TV 프로그램 중에 ‘전지적 참견 시점’이라는 것이 있다. 유명 연예인의 스케줄을 함께 동행하며 이것저것 도움을 주는 매니저의 일상을 다루는 내용이다. 인기 연예인과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고 남들은 경험하기 힘든 방송이나 행사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디 일이라는 게 늘 좋은 일만 있겠으며 그들이 하는 일이 재미나게 웃을 일만 이어지겠는가. 웹툰 PD가 되면 당연히 일반 독자들보다는 작가를 대면할 일도 많고,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웹툰 PD의 목적이 인기 작가와 인맥을 만드는 것에 있지는 않다. 친하고 가까운 작가가 많아질수록 웹툰 PD의 역할을 하는데 더 이로울 것이라 인정은 하나 어디까지나 주된 임무는 작품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전반적인 관리를 책임지고 프로듀싱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작품을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작품에 가장 매칭이 잘되는 작가를 서치하고 섭외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섭외하기 위해 그에 적합한 작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으로 사적인 수단에 이용한다면 책임감 있지 못한 행동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작가는 제대로 기획되고 준비되지 않은 작품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웹툰 PD가 되면 매일 매일 웹툰을 공짜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웹툰 보는 게 일이고 제가 보고 싶은 웹툰을 회사에서 돈을 내주니 정말 이상적인 일이예요.”

정말이다. 웹툰 PD가 되면 웹툰을 매일 매일 공짜로 볼 수 있다. 그보다 특별한 것은 유료로 연재하는 작품들 이외에도 아직 공개되기 전인 따끈따끈한 신작이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획 작품을 먼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작품만 골라 볼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작품 조사를 위해서도 선호도와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별로 무수히 많이 감상해야 하고, 심지어 성공의 원인을 포함 실패의 원인도 분석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는 인기가 없거나 실패한 작품도 일부러 찾아봐야 한다. 어디 그것뿐이랴.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 중에서도 어떤 작품이 가능성이 있을지 없을지 판단하기 위해 어느 하나 놓치거나 대충 넘길 수 없다. 자신의 직업이 되는 순간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역할에 대한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가 생각한 웹툰들을 기획해서 제작해보고 싶어요. 매일 보기만 하다가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웹툰을 직접 만들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요?”

웹툰 PD가 되었는데도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안 주고 잡다한 일만 시키더라’는 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웹툰 업체를 기웃거린다. 웹툰을 기획하는 일은 웹툰 PD가 가지는 역할 중 가장 크고 무거운 일이다. 말하자면 웹툰 PD가 하는 일 중에서도 중요도나 난이도 면에서 최고 레벨이라는 것이다. 그런 일을 이제 막 웹툰 PD에 도전하는 이들이 할 수도 없을뿐더러 맡겨서도 안 될 일이다. 우선 선임을 통해 가장 기본적이고 가벼운 일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하고, 한 가지 일이 아닌 여러 역할을 경험해 봐야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어느 역할에 적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재미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해서 만들면 무조건 좋은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웹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단순하지 않다. 기획은 웹툰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히고 이해하여 인정되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작품을 안정적으로 완성도 있게 설계하고 뼈대를 세워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역할이다.


“다른 건 몰라도 웹툰에 대한 열정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다니까요?”

‘다른 건 몰라도’라니.. 웹툰 PD가 웹툰을 좋아하는 열정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단순히 열정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익혀야 할 스킬이 적지 않고 난이도가 가볍지 않기에 역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웹툰 PD가 되려고 하는 이가 그 역량과 자격을 논하는 자리에서 오직 ‘열정’의 크기나 강도만을 강조한다면 나는 그 열정을 ‘거짓’이거나 자신조차 깜빡 속은 ‘최면’ 상태라 여길 것이다. 진정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열정’이 있었다면 어찌하여 열정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지 묻고 싶다. 웹툰에 뜻을 두고 단지 독자가 아닌 그 이상을 목표로 하는 이라면 분명 필요한 역량을 찾아 자신을 단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웹툰 PD가 되고 싶은 이들이 자주 언급하거나 흔하게 착각하는 경우들을 예시로 들어 미리 알아두고 준비하면 좋은 일들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장담하는데 위에 열거된 내용을 쉽게 넘기지 않고 잘 담아낸다면 분명 웹툰 PD가 되기 위한 과정에 도움이 되고 올바른 가이드를 제시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웹툰 PD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웹툰 PD가 되려면 우선 서비스 PD, 제작 PD, 전략 PD 등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정한다. 그것이 정해져야 학습에 대한 플랜은 물론 플랫폼 기업으로 지원할지 제작사로 지원할지에 대해 정할 수 있다.

둘째, 신입의 경우 무조건 규모, 인지도, 조건부터 따지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 어떤 업체가 자신의 성향과 목표에 적합한 역할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셋째, 웹툰 PD에게 있어 어떤 회사에 다녔는지보다 중요한 것이 어떤 작품을 담당했었는지 이다. 이때 작품의 연재 여부, 연재처, 연재 성과 등도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작품 하나를 완결까지 책임졌는가’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곳을 선택했던 어느 작품을 담당했던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을 쌓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넷째, 웹툰 PD는 결코 누군가를 서포트 하는 도우미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작품을 프로듀싱 하여 기획부터 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핵심 역할을 하는 전문가로서의 자각이 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역할의 자격을 갖는다.


앞으로 웹툰 PD가 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본 내용이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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