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by 나무를심는사람

꽤 오래 전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획자를 한 명 새로 뽑은 적이 있다. 면접에서 나름 말을 조리있게 하는 것 같아 내심 기대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회의 때마다 다른 직원들이 나에게 찾아와 그 기획자와는 회의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신규 사업 추진 일정이 장기간 계속 딜레이 되어 의문을 품던 타이밍이었다.


직원들이 다음 회의부터 당분간 함께 참석해주셨으면 한다는 부탁을 해서 상황도 살필 겸 자리를 했다. 그런데 회의를 보고 있자니 해당 기획자의 진행 방식이 평범하지 않았다. 각자 신규 기획에 대한 의견을 내면 조용히 듣기만 하다가 의견을 낸 직원의 기획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5~10가지 정도로 지적을 하는 식이었다. 그 방식은 한 명이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이 되었고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해서 나는 그 기획자에게 물었다. "그럼 OOO과장은 어떤 기획을 가지고 있나요? OOO 과장이 생각하는 성공에 접근하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해당 직원은 나를 보더니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답했다.


"저에게도 딱히 뾰족한 방법이나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여기 계신 누구든 말씀하시는 의견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100가지 이상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순간 내가 잘못들은 건가..? 하고 생각했다. "아니, OOO 과장은 기획자 아닌가요? 할 수 있는 일을 기획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게 역할인 것 같은데요." 돌아오는 대답도 무척 자신감이 넘쳤다.

"평범한 기획자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다릅니다. 남들이 눈치보느라 하지 못하는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집어줌으로써 프로젝트가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포지션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제서야 나는 그동안 다른 직원들이 힘들어 하던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 지나친 낙관주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목표를 갖고 그에 필요한 방법을 찾아 실행하기 위해서 구성된 조직이다. 문제는 찾아내되 그것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고, 문제가 빌견이 되더라도 대안을 찾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 그 기획자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은 자기 자신이 100가지도 넘게 지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떠나.. 지적에 대한 대안도 없을 뿐더러.. 그래야 할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상대에 대한 지적을 하는 행위 자체는 물론 상대가 곤란해하거나 답변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우월감을 느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 그에게 나는 대답했다.


"OOO과장, 우리 주위에 문제 혹은 안 되는 이유를 찾으려면 공기 중에 먼지만큼 많아요. 하지만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고 성공한 대다수의 경험은 찾아낸 문제를 상쇄하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선 이야기는 어떤 결론을 말하고 싶어 꺼낸 것은 아니다. 이후 그 직원은 자신의 길을 찾아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고, 나는 지금도 그때의 소신을 믿고 지키며 살아가려 노력한다. 여기서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서로 입장이 다르거나 방식이 다르더라도 나쁘게 생각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다만, 의도가 불순하거나 의지가 없는 것은 찾아낼 수 있는 100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한다. 또 단순히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적을 일삼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도구로 삼고, 감정을 해소하는데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불행히도 그런 1명은 썩 괜찮은 이들 10명을 잡아먹거나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탁월하다. 이쯤에서 이번 글을 쓰는 계기를 준 <흑백요리사 시즌2>에서 눈에 들어온 손종원 셰프가 위기상황에서 남긴 대사를 남기며 마무리 할까 한다.


"당황스럽죠, 사실. 시간이 많은 상태가 아니었고.. 근데, 제 역할은.. 당황스러워 하는 게 역할이 아니고, 솔루션을 찾아야 되는 거잖아요...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아요. 근데 항상 변수가 있고 예상치 못하게 일이 되는데 이제 그거를 어떻게 보면은 가장 알맞게 대처를 하려고 제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2026년 새해에는 남탓으로 일관하고, 타인에게 떠넘기며, 타인의 약점에 기생하는 이들 보다는, 손종원 셰프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손종원 쉐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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