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꾸 멍하니 걷게 돼.
출근길, 퇴근길, 잠깐 들른 카페까지.
가끔 어딘가를 가든 한참을 걷다가,
문득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었더라'
하는 생각이 들곤 해.
정말 이 길이 가고 싶던 것인지,
그저 익숙해서 걷고 있는 건 아닌지,
가끔은 너무 멀리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나를 기다리던 노트를 펴니,
조심스럽게 꾹꾹 눌러 쓴 글이 눈에 들어왔어.
“지금 가는 길이 어디로 향하든,
그 끝에 네가 웃고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어.
참 간단한 말인데,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중요한 말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늘 성공해야 한다고,
언제든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그렇게 쉴 새 없이 달려오잖아.
근데 정작 그 길의 끝에서
내가 웃고 있을 수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아서
불현듯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어,
매일 아침이 되면 등굣길까지
데려다주던 아빠의 뒷모습.
나는 아빠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아빠는 늘 나의 종종 걸음에
박자를 맞추듯 발을 맞춰 걸었어.
“오늘도 웃는 얼굴로 돌아와야 해.”
그래, 그랬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는 언제나
내가 웃고 있길 바랐던 것 같아.
어디를 가든, 뭘 하든,
결국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지금 이 노트 속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어.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문득문득, 이 길의 끝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돼.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나를 위해 웃고 있는 나.
그게 어쩌면… 누군가 오래전부터
내게 바라던 진짜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