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플 땐, 잠시 멈추어도 괜찮아

by 나무를심는사람

언젠가부터였을까.
멈추는 게 두려워졌어.
쉬면 안 될 것 같고,
멈추는 순간 모든 걸 잃을 것만 같은 불안.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만 가고 있었던 것 같아.
지쳐도, 다쳐도,
괜찮은 척하면서.


그런데 그날, 노트를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어.


“달리는 것도 멋지지만,
가끔은 숨 고르기 위해 멈추는 용기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단다.”


마치, 누군가가 내 등을 살며시 눌러주는 느낌이었어.
‘괜찮아, 여기 잠시 앉아도 돼.’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지.

그래서 그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커튼을 걷지 않고, 휴대폰도 멀리 두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아무 이유 없이 창밖만 바라봤어.
그게 그렇게 위로가 되더라.
숨을 돌린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조금씩 마음속 목소리가 들려왔어.
‘괜찮아. 너무 애썼어.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목소리는 참 익숙했어.

어릴 적, 아파서 울고 있을 때
내 머리맡에 앉아있던 아빠가 해주던 말이랑 똑같았거든.

나는 몰랐어.

그 따뜻했던 목소리가,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내 안에 남아 있을 줄은.
그 말 한마디가,
지금도 나를 붙잡아줄 줄은 몰랐어.

마음이 아픈 날엔,
그때처럼, 나도 나에게 말해줘야겠다.
“잠시 멈춰도 괜찮아.
네가 다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그 자리에 있어도 돼.”


어쩌면 이 노트는,
아빠가 나에게 남긴
쉼표 같은 선물일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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