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아도 눈물이 나는 날

by 나무를심는사람

가끔은 정말 그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마음속엔 이미 눈물이 한 바다쯤은 고여 있는 날.
누군가가 “요즘 어때?” 하고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론 “나 좀 안아줘” 하고 있는 날.


그날이 딱 그랬어.
별일도 없었고,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가슴 한구석이 무거웠어.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감정,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온몸을 조용히 짓누르고 있었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노트를 열었어.
그날따라 손끝이 조금 떨리더라.
한 장을 넘기자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문장이 있었어.


“울지 않아도 괜찮단다.
하지만 울고 싶다면 참지 말고 울어도 돼.
마음이 아플 땐, 눈물이 대신 말해주기도 하니까.”


그 순간, 눈물이 툭—하고 떨어졌어.
참으려고 한 적도 없었는데
마음이 먼저 알아차린 걸까.
마치 그 글 한 줄이
‘이제 그만 울어도 괜찮아’ 하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어.


문득 생각났어.
어릴 적, 처음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던 날.
무릎은 까졌지만 참았지.
아빠 앞이라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빠는 내게 다가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나를 꼭 안아줬어.
그리고 그때,
눈물이 펑 터졌지.
그 품 안에서야 울 수 있었거든.

내게 아빠는 그랬던 사람이야.
내가 울지 않아도

내 마음이 아프다는 걸
먼저 알아봐주던 사람.


이제 와서야 알겠어.
이 노트 속 글들이
단지 위로가 아니라
아빠의 오래된 품 같은 거였다는 걸.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눈물보다 먼저 닿는 따뜻함.


그래서 오늘은 조금 울었어.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그때처럼 누군가가
조용히 안아주고 있다는 걸
믿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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