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따라 흩날리는 생각들

by 나무를심는사람

창문을 열어 두면
바람이 스며들고,
그 바람을 따라
생각들도 이리저리 흩날려.
어떤 날은 과거로,
어떤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
그러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이

자꾸만 흐려져 버릴 때가 있어.


오늘이 딱 그랬어.

바람은 선선했고,
햇살은 그저 평온했는데
생각이 멀리멀리 날아가버리더라.
예전엔 참 단순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웃는 것도, 쉬는 것도
뭔가 계획이 필요해진 기분이야.


그럴수록 난
자꾸 아빠의 노트로 손이 가.
오늘은 이런 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생각은 바람처럼

자유롭게 흩날릴 수 있어야 해.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네가 머무는 지금에 있어야 한단다.
너는 지금 이곳에서, 충분히 아름다워.”


그 말을 읽는 순간,
멀리 떠돌던 생각들이
천천히 돌아오는 것 같았어.
아무 데도 닿지 못하던 마음이
잠시 자리를 찾는 기분.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었어.


중학생 때,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우산이 뒤집혀버린 날.
나는 엉엉 울었고,
그 모습을 본 아빠는
말없이 우산을 내려놓고
그냥 내 옆을 걸어줬지.


“바람이 불 때는,
굳이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잠깐 그대로 걸어도 괜찮아.”
그 말을 나는,
그땐 그냥 흘려들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 깊은 위로였구나 싶어.


생각이 흩날릴 때마다
나는 이제 아빠의 그 말을 떠올려.
“이기려 하지 말고,
잠시 그대로 걸어도 괜찮아.”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생각도 따라 불어와.
그래서 오늘은
그냥 흩날리는 대로 두기로 했어.

생각도, 기억도, 그리움도.
그리고 언젠가
그 바람 끝에서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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