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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Oct 05. 2020

말과 글에서 반복되는 표현 속 숨은 심리

'-것'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남이 어떻든, 항상 내 문제를 봐라."

깨달음을 전하는 성인(聖人)들의 공통된 가르침 중 하나다. 법륜스님께서도 <즉문즉설>을 통해 종종 강조하시는 내용이기도 하고.


내 문제를 보라!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우리의 눈은 밖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난 눈은 타인의 문제'만' 기가 막히게 찾는다.



나를 보는 방법

나를 보는 대표적인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을 살피고 정리하며, 나아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나를 보는 또 한가지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글은 내면의 생각을 활자라는 매개를 통해 '시각 정보'로 바꾸는 작업이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말과 생각을 글로 고정시켜 눈앞에 갖다 놓으면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엿보는 방법
말과 글에서 드러나는 숨은 심리

말과 글에는 습관이 있고, 습관은 살아오면서 형성된 수많은 가치관, 고정관념, 사고의 틀과 방향 등이 묻어있다. 물론 글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심리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다루는 대상에 대한 표현 방식과 태도, 반복되는 언어 패턴 등의 단서를 통해 여러 단편적인 조각을 모아볼 수는 있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내담자의 감춰진 심리를 파악한다. 글에서 심리를 읽어내는 대표적인 방법이 '문장완성검사(SCT : Sentence Completion Test)'다. 제시된 미완성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반영된 피검자의 동기나 태도, 갈등, 공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검사 자극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에서 심리상담에 자주 쓰인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런 식의 문항에 내담자가 채운 내용을 보고 심리 전문가들은 많은 정보를 읽어낸다. 한편, 심리를 깊이 있게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정도는 글쓴이의 가치관이라든가 생각, (쉽게 드러나는 수준의) 심리 등이 보인다. 표현 하나하나 다루면 너무 길어질 거 같고, 최근 첨삭 지도하며 가장 많이 본 표현 중 하나만 예로 들까 한다.



'-것-'이라는 표현 속에 숨겨진 심리


[-것 같아요] 병

개인적으로는 '병'이라 부른다. 그것도 전염성이 강한. 지난 글에서도 어느 배우 인터뷰를 통해 다룬 바 있지만 실제 첨삭지도를 하면서도 상당히 자주 보게 되는 표현이다.


~인 것 같다.

이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생긴 일종의 습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화에서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고맥락 문화라 타인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과거 농경 사회에서 이웃들의 도움(예_품앗이)이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조선 중기 이전까지 양반은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다 농사 짓거나 장사를 했으니까.

TV에서 인터뷰를 보면 이 말을 정말로 자주 들을 수 있다.


"맛있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신기한 것 같아요."


본인이 먹고, 보고,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것 같다'고 말한다. '나만 맛있었으면 어쩌지?', '나 혼자 재밌으면 어쩌지?' 이런 심리다. 남이 먹고 토하든 어떻든, 내가 맛있었으면 맛있다고 하면 그만인데, 남들 다 맛없다는데 혼자 맛있다고 할까 불안한 것이다.



[-것이다]의 반복


강조를 목적으로 쓴다. 하지만 반복되면 오히려 그 힘이 떨어진다. 이 표현을 반복해 쓰는 이유는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와, 체계적인 논리, 사례가 충분하면 종결 표현을 '-이다' 정도로 끝맺어도 충분하다. 그게 어려워 '~것이다'하고 억지로 힘줘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



말싸움을 할 때도 합당한 근거가 부족하고 억지 부리는 쪽이 대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상대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굳이 목소리 높일 이유가 없다. 조곤조곤 '네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말로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목소리라도 높일 수밖에.




심리에 중점을 두고 설명했지만, 말과 글에서 특정 낱말이나 표현 방식이 반복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어휘력 부족.


어휘력이 부족한 이유는?

독서량 부족.



[주의] 상대의  말과 글에서 심리를 읽는 행위에 대하여

심리상담은 상당히 긴 시간을 두고 내담자의 무의식에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다시 말하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말 몇 마디, 그리고 고작 몇 페이지 분량의 글에서도 심리를 엿볼 수 있긴 하다. 그러나 100% 확신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거기서 드러난 모습이 그 사람의 전체는 아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어떤 글에서 투사*라는 방어기제가 엿보인다 해서 글쓴이가 모든 상황에서 늘 남 탓만 하며 살진 않는단 소리다.

*투사 : 남을 탓하는 것. 자신의 문제나 결점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방어기제.


글에서 심리를 엿볼 때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작은, 지극히 사소한 하나의 단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목적은 상대에 대한 이해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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