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대명사 사용법
지인이 지난 학기 모 대학에서 어느 강의를 들으며 투덜댔다.
교수가 말을 너무 못해 강의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며.
강의 내용을 일부 옮겨보았다.
유기농 채소라고 해놓고 산에 가서 보면 막 몰래 농약을 그냥 갖다 부어 놓으면 그게 유기농 채소가 됩니까. 그러니까 자기들은 안 사 먹는다, 나는 안 사 먹고 일반 사람들에게는 이거는 유기농 채소라고 하면서 팔아버린다? 이거는 인간의 도덕적인 측면을 완전히 버려버리는 거죠. 그런 것들이 없어야 되는 거죠. 그런 거4)에 대해서는 도덕적이어야 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많아져야 하는 겁니다.
탐욕으로 넘어가지 않는 시장경제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많이 있더라도 그것들을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 적어도 환원하지 않아도 내가 그것을 티 내지 않고 사는 방법, 그런 것들을 우리가 지금이라도 그런 부분들을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마음가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들이죠.
어디 보자ㅡ 여기서 '자기들'은 채소를 농약으로 재배하고 유기농이라고 속여 파는 사람들이고. '이거'는 상인들의 부도덕한 행위. 유기농 채소 재배와 판매 전반인 '그런 거'가 도덕적이어야 하고…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거'는 버려야 하고, '그런 것들'은 없어야 되며, '그런 거'에 대해서는 도덕적이어야 하면서, '그런 것들'은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그것들'을 환원하거나 티 내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그런' 마음가짐을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 아시겠죠? 함께 만들어 가기로 약속~!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화법이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국회에서 하는 입법은 그런 것이 없이 탁탁 규제도 막 나오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 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이.그.저> 대환장 컬래버레이션 party-!
[지시대명사] 고장 난 내비게이션
지시대명사(指示代名詞)
: 특정 사람, 동물, 장소, 사물을 지시하는 대명사.
이것, 저것, 그것 / 여기, 저기, 거기, 어디 / 이분, 그분, 저분, 이이, 그이, 누구
지시대명사는 크게 '이, 그, 저'로 나뉜다. 화자 영역의 대상은 '이', 청자 영역은 '그', 둘의 영역 밖의 대상에는 '저'를 쓴다. 설명은 어렵게 들리는데, 예시를 들면 쉽다.
쇼호스트가 상품을 직접 손에 들고 있을 땐 '이 제품을 보세요' 한다.
다른 호스트가 들고 있는 상품을 설명할 땐, '그 제품 뒷면도 한번 보여주세요'라고 한다.
또한 청자(독자)가 알고 있다고 믿는 사물은 '그', 화자(글쓴이)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물에는 '이'를 쓴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사용법은 이렇고ㅡ
지시대명사를 쓰려면 대상을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그리고 지시대명사도 자주 반복되면 글이 지루해지고 의미 전달도 모호하게 된다.
지시대명사 ALL 면역 지역 : 충청도
충청도에서는 '거시기' 하나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므로, 지시대명사를 마음껏 거시기하셔도 됩니다.
정리하자면ㅡ
여러분이 제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이것이다' 하고 배웠으면, 이제는 그곳을 향해 나아가면서 스스로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그렇게 탁탁 막 나오고, 이게 잘 안되다 보니까 그것을 위해 우리의 핵심 목표는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서 먼저 이러한 것을 마음에 이렇게 새기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우선 그런 것들을 먼저 하셔야 한다, 뭐 그런 겁니다.
아무튼, 거시기를 거시기하게 쓰면 참 거시기 하니까,
거시기가 거시기되지 않도록 잘 거시기해서 거시기할 수 있도록 거시기하시면 됩니다.
끝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