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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Sep 12. 2020

좋은 글의 초석 : 초고 쓰는 방법

[책상을 튼튼하게 조립하는 팁]

먼저 상판과 다리를 지지할 나사를 대충 조여 모양부터 잡은 다음 대각선 방향으로 차례로 조여준다.

처음부터 한쪽 나사를 너무 단단히 조이면 반대편 상판이 들뜨게 될 위험이 높다.




책상을 조립하는 노하우는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서론부터 완벽하게! 이어지는 본론도 두 번 손댈 필요 없이 탄탄하게! 결론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당신이 타고난 천재라 하더라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어렵다. 책상 조립하듯 처음엔 대충 틀만 잡아놓고, 단단하게 조이는 건 그 다음 할 일이다.

수정을 고려하지 않은 글쓰기는 처음부터 힘(긴장)이 많이 들어갈뿐더러, 완성 후에도 어딘가 들뜨고 삐걱대는 글이 될 위험이 높다. 글쓰기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란 환상에 불과하다. 돌을 손에 잡히는 대로 툭툭- 한 번에 올려서 과연 얼마나 높이 석탑을 쌓을 수 있겠나. 거의 모든 작가들은 휘뚜루마뚜루 쓴 초고를 수 십 번, 수 백 번 고쳐가며 다듬어 가며 완성한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눠진다. 초고, 그리고 퇴고(推敲).



글쓰기에 대한 가장 큰 오해

글은 한 번에, 완벽하게 써지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막상 펜을 들면 그게 가능할 것처럼 글을 쓴다. 초고에 대해서는 일찍이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명료하게 정의한 바 있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E. 헤밍웨이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걸레를 한번 만들어 봅시다.



걸레 만드ㄴ 초고 쓰는 방법

'초고'라는 말에서 '초'의 의미를 물어보면 대게 '처음초(初)'라 답하는데, 흥미롭게도 '풀초(草)'를 쓴다.


草稿(초고)

들판의 잡풀처럼 여기저기 듬성듬성, 아무렇게나 풀이 자란 모습에 대한 비유인 동시에 초고를 쓰는 방법까지도 알려주는 말이다. 말 그대로 듬성듬성 쓰면 된다.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정하고 나면 일단은 하고 싶은 말을 떠오르는 대로 막 써 내려가는 것이다. 뭘 더 하고 빼고, 순서를 바꾸고, 문장을 다듬고 하는 일은 나중에. 일단 시작!



초고 쓸 때의 마음가짐

1) 한 번에 완성하려는 마음을 버려라.

2) ‘어차피 수정할 건데’라는 마음으로 써라.

3) 첫 문장의 두려움을 극복하라.


생각이 안 나면 '생각 안 난다'라는 말부터 써 내려가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머리와 손끝을 이어주는 동시에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효과도 있다.



초고 쓸 때의 태도

1) 아무것도 고려하지 말고 쓴다.

2) 서론, 본론, 결론 구분하지 않는다.

3) 맞춤법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초고를 쓸 때 최대한 많은 글감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의식의 흐름도 더 유연하고 매끄러워진다.




거의 모든 명문들도
거의 다 형편없는 초고로부터 시작된다.
-앤라모트 <글쓰기 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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