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기록하는 3단계 훈련법
우리 주변에는 '다크 섹시'까지는 몰라도 과묵한 사람들이 흔히 있다. 앞에서 아무리 수다를 떨어도 묵묵히 듣기만 하고, 본인은 꼭 필요하다 싶은 말만 하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답답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섹시하지 않나. 상대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 혼자만 신나서 속사포처럼 쏟아붓는 사람보다는.
그렇다곤 해도 과묵함 역시 지나치면 문제다. 흔히 '타고난 성격'이라 여기는데, 막상 전문가들 말을 들어보면 그렇진 않다고 한다. '과묵함'은 수많은 관계가 만들어낸 일종의 '습관'이다.
사람들이 말수가 적은 이유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묵함은 ‘성격’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다.
-마이클 니콜스(Michael P. Nichols), <대화의 심리학>
말수 없는 사람은 글에서도 과묵할까?
입이 무겁다고 해서 반드시 손끝(글)도 과묵하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들어도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분들이 많은데 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라기 보다 단지 서툴러서 그렇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을 거야'라는 생각도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브런치나 블로그 같은 온라인 매체의 경우 방문자가 적으면 운영할 맛이 안 나니까.
말과 글에 과묵한 사람들이 서툰 두 가지
말도 그렇지만 손끝이 과묵한 사람들은 대게 두 가지에 서툴다.
소재를 찾는데 서툴거나, 표현에 서툴거나.
글감은 흔히 책과 신문에서 많이 찾아보라고 하지만, 아니. 애초에 표현에 서툴면 당장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먹으면 뭐 하나, 소화를 못 시키는데.
그렇다면 소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표현은 어떤 식으로 연습해야 할까?
일기를 써봅시다, 무작정!
글감을 찾고, 글로 표현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익히기 위한 방법으로는 '일기 쓰기'를 권한다. 글쓰기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훈련이다. 그런데! 할 말이 없어 글도 못 쓰겠다는데 하물며 일기라고 쉽게 써지겠나. 이 경우 몇 가지 요령이 있다.
일기 쓰기 1단계 : 단순 기록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본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몇 시에 일어났고, 아침은 언제 뭘 먹었는지… 하루 동안 뭘 했는지 사건 위주로 기록하면 된다. 기억이 안 나면 건너뛰어도 괜찮다.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고, 강박적으로 일상을 빠짐없이 기록하려는 목적도 아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으로, 기억나는 대로 나열하면 된다.
일기 쓰기 2단계 : 감정 탐색
기록에 익숙해지면 이제는 각각의 사건에 대한 내 생각과 기분, 감정을 덧붙여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식사를 할 때, 누구를 만났을 때, 특정 사건에 대해 느꼈던 점을 쓴다. 그마저도 거창하게 다룰 필요 없다. 처음엔 '좋았다', '(기분이) 나빴다' 정도로 시작하면 된다. 감정 표현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다루겠지만, 특히 남자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기 쓰기 3단계 : 선별과 집중
다음은 일상의 기록 중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을 기록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중요한 일,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뤄본다.
꼭 1, 2, 3단계를 순서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 글쓰기가 처음이라 서툰 분들을 위한 구분일 뿐이며, 익숙한 단계에서 시작하면 된다.
일기 쓰기의 핵심
일기뿐 아니라 앞으로 제시할 글쓰기 훈련 중 퇴고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방법을 실천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
1.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몸에 익숙해지는 것이 우선.
2. 문장력, 글의 논리와 구조, 맞춤법 등을 따지지 않는다.
3. 훈련 과정에서 쓴 글은 절대로 타인과 공유하거나, 스스로도 평가하지 않는다.
일기 쓰기 초반에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가능한 자세하게 쓴다.
오로지 최대한 길게 쓰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맞춤법이나 문장의 완성도는 따져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