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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Sep 15. 2020

맞춤법이 글쓰기 훈련엔 독(毒)?


맞춤법 한번 잘못 썼다가 두고두고 까이는 어느 정치인.

아! 한 번이 아니구나.


'굳건이'는 병무청 공식 캐릭터.


어떤 글이 아무리 논리 정연하고 스토리가 재밌다 하더라도 군데군데 맞춤법이 틀리면 눈에 거슬리고 몰입하기 어렵다. 한 번은 그럴 수 있지만, 반복되면 실수가 아니다.


거 참, 신뢰되는 질문이군요!


평소 카톡 메시지 주고받으면서야 그럴 수 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으니까. 그렇지만 무려 책까지 펴낸 작가가 그러면 신뢰도에 금이 간다.


맞춤법! 중요하다. 정말 정말 중요하다. 글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지금까지 공개한 글쓰기 훈련법에서는 거꾸로 신경 쓰지 말라고만 조언을 해왔다. 중요하다면서 왜? 어째서?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특히 초고 쓰는 법을 몸에 익혀가는 단계에서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법. 초고 쓸 때엔 독?

맞춤법은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초고를 쓸 때는 거꾸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몇 줄 쓰다가-


'~한 지'에서 '지'를 붙여 쓰던가? 아니, 띄어 써야 하나?
왠/웬? 개수/갯수? 되요/돼요? 베개/배게/배개? 김치찌개/김치찌게?'


부담 없이 편하게 써야 하는 초고 작업에서 맞춤법, 띄어쓰기에 신경쓰다 보면 의식의 흐름이 자꾸 끊어진다. 이게 문제다. 초고를 써나갈 때는 이런 사소한 부분도 굉장한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맞춤법에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냐? 그렇진 않다.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맞춤법은 퇴고, 그러니까 나중에 수정할 때. 그것도 퇴고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보면 된다.



눈을 아무리 '부랄'이고 봐도 맞춤법은 원래 어렵다.


Q. 다음 중 띄어쓰기가 옳은 것은?

① 핑계삼아 / 거울 v 삼아

② 외딴 v 섬 / 외딴성

③ 먹을 v 지 v 말 v 지  / 떠난지 / 먹은지

(※ 띄어쓰기를 명확하게 표시하기 위해 v표를 덧댔습니다.)


너, 나 시험하니?


고민하실 필요 없다. 정답 없으니까.

아래가 올바른 띄어쓰기.


핑계 v 삼아  / 거울삼아
외딴섬 / 외딴 v 성
먹을지 v 말지 / 떠난 v 지 / 먹은 v 지


우선, '지'의 경우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의존명사)는 띄어 쓰고 나머지 어미로 쓰일 땐 모두 붙여 쓰면 된다. '핑계 삼아'와 '외딴 성'은 '삼다', '외딴'이라는 동사, 관형사가 있기 때문에 띄어 쓴다. 띄어 쓸지 붙여서 쓸지가 헷갈리면 원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된다.



아니, 그런데 '거울삼다'와 '외딴섬'은 왜 붙여서 써? 그건 사람들이 많이 써서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서 그렇다.


하… XX, X나 어려워~


맞춤법
 : 어떤 문자로써 한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 또는 단어별로 굳어진 표기 관습.


맞춤법의 사전적 의미가 곧 맞춤법이 어려운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규칙 자체도 어렵지만, 표기 '관습'까지 법칙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관습이란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질서나 풍습'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렇게 써왔으니까 법칙으로 인정해준 거. '자장면'이 '짜장면'이 된 것처럼.


'띄어쓰기' vs '띄어 쓰기'

'띄어쓰기'도 맞고, '띄어 쓰기'도 맞다. '띄어쓰기' 자체가 한 단어라 모든 음절을 붙여 쓰는데, '띄다'의 어간에 방법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어'가 붙은 형태로 '쓰다'의 명사형 '쓰기'를 수식할 때는 '띄어 쓰기'로 띄어 적을 수 있다.



MaChumbbeob Nado jal molla
마춤법 좀 틀리면 안대? 안이 외않되?



그렇다. 전 국립국어원장님도 어렵다고 하신다. 그러니, 일단 맞춤법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 안 가지셔도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이 중요한 이유는 올바른 의미 전달을 위해서다.



맞춤법은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일 때 정말+정말 신경을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보고서, 사업 기획안 등등. 글의 신뢰도는 물론 작성자의 지적 수준까지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기 쓸 때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혼자, 비공개로 글을 쓸 땐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나만 볼 거니까! 오히려 더더더-더욱 신경 안 쓰는 편이 좋다. 그럴 때 오롯이 내 마음에만 집중하면 된다.



정리 & TIP

-맞춤법은 퇴고 마지막 단계에서만 보면 된다!

-초고를 써나가는 과정에서는 전~혀 신경 쓸 대상이 아니다.

-띄어쓰기는 어지간하면 띄어 쓰면 (확률상) 맞지만, 정석은 사전 찾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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