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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ug 03. 2021

드라마 대본 쓰기 기본 공식

극적 변화로 감동을 주는 상승곡선 구조

기승전결(起承轉結)은 동양의 전통적인 시(詩) 작법의 하나로, 글쓰기에서도 유용한 구성 전략의 하나로 쓰인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도 마찬가지, 이야기의 흐름을 잡기에 아주 좋은 구성이다.

이 패턴을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편적으로 취하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들에게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함은 자칫 뻔한 결말로 식상함을 줄 위험도 있지만, 신선함만 보장이 된다면 독자를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기승전결'과 같은 구성 전략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 틀이 있으면 응용도 쉽다. 응용이라 하면 사건의 수에 따라 단일 구성(하나의 사건)이나 복합 구성(둘 이상의 사건)으로 꾸미거나, 혹은 사건의 진행을 평면적(시간 순)으로 나열하거나, 입체적(역순행적)으로 나열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주도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가능하다.

어떠한 사건이 시작되고 점차 고조되다가 결론을 맺는 기승전결 구조를 주인공 상태를 기준으로 살짝 비틀어보면 또 하나의 재미있는 드라마 공식이 하나 나온다.


주인공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감동을 주는 상승곡선 구조



[상승곡선 구조]는 [기승전결] 공식을 기반으로 네 단계로 나뉜다. 주인공이 좋지 못한 상태거나 어떤 최악의 상황, 즉 '마이너스 상태'에서 시작해 점점 나아져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구조다.


1. 마이너스 요인 : 주인공이 처한 나쁜 상황. 최악의 상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
2. 결정적 계기 : 전환점.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건을 겪는 등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어떤 계기.
3. 진화 및 성장 : 주인공이 성장하여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한 업적을 이룸.
4. 결론 : 펼쳐놨던 이야기 마무리.


이는 영화나 드라마, 특히 무협지 등 '주인공의 성장을 그리는 모든 스토리'에서 자주 차용하는 방식이다.


-천하의 약골이(마이너스 요인) 어느 날 도인을 만나(결정적 계기) 고된 수련을 거친 끝에(진화 및 성장) 강호를 평정한다.
-깡패가 어떤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마침내 선한 인물로 거듭난다.


실제 사례를 보자면, <백일의 낭군님>과 <신입사관 구해령> 이 두 드라마는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 : 왕세자가 어느 날 기억을 잃고 무쓸모남(마이너스 요인)이 되었으나 홍심을 만나(결정적 계기) 성장한다는 내용.
-신입사관 구해령 : 평생 글만 쓰고 살며 세상 물정 모르던(마이너스 요인 ) 도원대군이 사관 구해령(결정적 계기)을 만나 성장한다는 내용.

가만,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 아닌가?


고구려에 워낙 파리하고 어리석어 바보라 불리던 온달이 있었다. 한편 평강왕에게는 공주가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워낙 잘 울어 "자꾸 울면 나중에 온달에게 시집보낸다"고 했다. 훗날 혼기가 차 왕이 공주를 고씨 귀족과 결혼시키려 하자 공주는 "어찌 왕으로서 다른 말을 하느냐"며 궁을 나와 온달과 결혼을 한다. 궁에서 가지고 나온 패물을 팔아 온달을 공부시키고 무예까지 배우게 했는데, 결국 온달은 동맹 잔치 때 사냥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다. 이후 온달은 전쟁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 또한 마이너스로 시작한 온달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같은 구조다. 다만 평민이던 온달을 왕세자로, 온달을 돕는 역할인 평강이 평민 신분으로 변주되었다. 이 정도의 응용이 있었을 뿐, 두 드라마와 온달 이야기의 이야기 구조는 똑같다.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상승곡선 구조는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담으며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공식 중 하나다.


부분적으로 차용하기에도 좋은 상승곡선 구조

다른 장르는 어떨까?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스위트홈>도 장르는 스릴러에 속하지만 일부 이런 공식의 흐름을 차용하고 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며 극 초반에 자살까지 하려 했던(마이너스 요인) 현수는 아파트에 나타난 괴물(결정적 계기)로 인해 차츰 성장하게 된다.

상승곡선 구조는 자기 계발서에서 사례를 들 때도 자주 쓰인다.


'내가 제이슨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글쓰기에 자신감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나의 이 교육 과정을 수료함으로써 그는 마침내 자기 이름으로 된 책까지 낼 수 있었다.'

이런 식이다. 그래서 바쁠 땐 이런 사례 부분은 건너뛰고 읽으면 자기 계발서는 한 권에 20~30분이면 읽을 수 있다.


1. 마이너스 요인 : 나는 과거에 이 정도로 나쁜 상태였다.
2. 결정적 계기 : 전환점.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은 누구를 만났다. 어떤 계기가 있었다.
3. 진화 및 성장 : 그 일을 계기로 나는 이렇게 변했다. 성장했다.
4. 결론 혹은 미래에 대한 목표 진술 : 이 상태가 앞으로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이 되겠다.


상승곡선 구조는 모든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만능 공식이 아니다. 이 공식을 정확하게 따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극의 재미를 더하려면 독자가 예상하지 못한 변주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주도 먼저 든든하게 딛고 설 바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우선은 기본에 충실할 줄 알아야 변주에도 힘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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