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루 Mar 31. 2022

한국인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 트라우마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자주 써보질 않아서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자주 안 써보니 쉽게 쓰는 요령도 당연히 모를 수밖에. 실은 그 이면에 심리적 요인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가히 트라우마라 불러도 좋을 만큼 무의식 깊숙한 데 박힌 어떤 기억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쓰는 요령 즉, 기술적 측면에 대한 훈련도 필요하지만 그 전에 마음에서 무엇이 글 쓰기를 두렵게 만드는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앞서 글쓰기 훈련을 수영에 비유한 바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라는 식은 수영을 배우려면 무작정 물에 뛰어들라는 조언과 같다. 글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몰라도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수영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또 있다.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듯이,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이때 몸에 힘을 빼란 말은 글을 쓰기 전 무의식중에 생기는 긴장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방법을 배우기 전에, 어째서 글을 쓸 때 힘이 들어가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글을 쓰면 평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평가는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기(日記)란 말 그대로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적는 ‘개인의 기록’이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숙제에 불과하다. 그래서 선생님이 읽고 친절하게(?) 코멘트까지 달아준다. ‘참 잘했어요.’ 대체 뭘 잘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논술 시험을 거쳐야 하고, 학창 시절 내내 리포트가 과제로 주어진다. 졸업 논문을 마지막으로 대학 생활과 함께 글쓰기 과제도 끝나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사회인이 되면 다시 취업을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꾸준히 써야 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또 각종 보고서와 제안서가 기다리고 있다.

 글은 작가들이나 쓴다고 여기지만 일반인들도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대중의 평가를 받는 작가들뿐 아니라 글을 쓰는 누구라도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심지어 글솜씨에 따라 당락(當落)이 결정되거나 계약 혹은 결제, 인사고과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블로그나 SNS 매체를 운영할 때도 역시나 글쓰기 실력이 성과와 밀접하다.

 글만 썼다 하면 누군가가 읽고 평가한다. 성적, 취업, 승진, 비즈니스 성과에 영향을 끼친다. 게다가 이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마음에 부담만 켜켜이 쌓인 글쓰기가 즐거울 리도 만무하고. 재미가 없으니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도 좀처럼 들지 않는다.

 글쓰기 훈련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기술, 그리고 심리. 기본은 문장을 제대로 다루는 훈련이다. 기술적인 측면에 속한다. 혹자는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라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은 잘 쓰지만 정작 타인은 가르칠 능력이 부족한 일반 작가들이 하는 소리다. 본인이 잘 쓰는 재능과 잘 가르치는 재능은 별개다. 한국말 잘한다고 모두가 국어 강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쓰기에도 요령, 소위 말하는 지름길이 있다. 그 길로 가는 훈련법은 수영과의 두 번째 공통점과 같다. 바로 몸에 힘부터 빼는 것이다. 이는 심리적 측면에 해당하지만 문장을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뽑아내는 비법의 핵심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당연히 문장을 다루는 기술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주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야구선수는 결코 홈런을 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잔뜩 긴장한 테니스 선수는 어떨까? 농구는? 골프는?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마찬가지다. 몸에서 힘을 빼야 연습했던 동작이 제대로 나온다.

 글쓰기가 그동안 왜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깨달은 것만으로 절반은 왔다. 교정은 인지에서 출발한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와 운동의 공통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