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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내게 맞는 글쓰기 환경 조성하는 법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나는 이 느낌이 없이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이 느낌은 고통스럽고도 행복하다. 내 몸의 느낌을 스스로 조율하면서 나는 말을 선택하고 음악을 부여하고 지우고 빼고 다시 쓰고 찢어버린다.
 내 몸이 허락할 때, 나는 내 맘에 드는 글을 쓸 수가 있고 내 몸이 허락하지 않는 글을 나는 쓸 수가 없다. (…) 나의 글쓰기는 아날로그의 글쓰기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중에서


 소설 창작에 뼈를 갈아 넣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가 김원우 선생님 따라한답시고 종이에 펜으로 쓰곤 했는데, 손으로 밀고 나가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그때부터 일본 불매 운동 전까지는 줄곧 사라사(SARASA) 0.4mm만 썼다. 제브라사에서 2000년부터 생산해온 젤러펜이다. 젤(gel)이라 부르는 중성 잉크는 점도가 낮아 볼펜에 비해 힘이 덜 들어간다. 다만 연비가 안 좋아서 소설 한 편 쓰면 한 달에 최소 너댓 자루는 녹아 없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요즘엔 아무 펜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쓴다. 간단한 메모 외에는 펜 잡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키보드에 까다롭게 군다. 키캡이 낮고 소음이 적은 멤브레인이나 팬터그래프 방식을 선호한다. 게임할 때야 타건감(누르는 맛)이 있는 기계식이 좋겠지만, 타이핑을 오래 하려면 키캡이 낮고 키압이 가벼워야 피로감이 덜하다. 이것저것 써보느라 작업실에만 키보드가 무려 다섯 개나 있다. 강의를 맡고 있는 대학교 학과장님 연구실에도 PC 한 대에 무려 세 대의 키보드가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선수들은 장비에 예민하다.

 모니터는 두 대를 놓고 쓴다. 하나는 피봇(Pivot) 모니터로 화면을 90도로 회전하여 세로로 본다. 포털 사이트도 한 화면에 들어오는데, 특히 블로그 포스팅이나 문서 작업할 때 편하다.

 오로지 글만 쓰고 살던 시절, 꽤 오래 좌식 생활을 해서 그런지 지금도 집중할 땐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음악은 아예 듣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해서 글이 안 써질 때면 카페에 백색 소음을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는가

 글 밥 먹고 사는 이들은 손끝에서 생각이 표현되는 그 순간의 느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4차산업 어쩌고 하는 이 시대에도 여태 원고지를 고집한다. 구형 타자기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찍어내는 시인도 있다. 마이크로 녹음한 뒤 옮겨 적기도 하고, 요즘은 스마트폰에 먼저 기록한다는 이들도 많다. 한때는 분당 800타만 넘어도 자랑이었는데, 요즘 20대 초반이나 더 어린 친구들은 키보드보다 스마트폰 자판에 더 익숙하다고 한다. 나름 젊게 산다고 생각하는데 이럴 때 세대 차이를 느낀다.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는 문장으로 나를 어마어마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던 김연수 작가는 노트북으로 쓰기도 하고, 연필로 쓴다고 들었다. 또한 장편소설을 쓸 때면 등장인물마다 음악을 설정해두고, 해당 인물에 대해 글을 쓸 때면 그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놀라운 디테일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럿이겠으나 결국 핵심은 어깨에 힘을 빼는 데 있다. 내가 좋아하는 환경, 최적의 작업 조건을 구성하는 일도 신경의 분산을 막고 긴장을 줄여 결국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기 위함이다. 그래야만 자연스러운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배우겠지만, 그에 앞서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작업이 잘 되는지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야 글을 쓰든, 공부를 하든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같은 꽃도 작은 화분에서는 한 뼘도 채 못 자라지만 제대로 된 환경만 조성해 주면 훨씬 크게 자란다. 줄기의 굵기부터 맺히는 꽃의 수도 다르다. 환경이 중요한 이유다.



글쓰기 환경 체크리스트

글을 쓸 때 언제,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체크해봅시다.     

1. 시간 및 공간                    


2. 도구

[선호하는 글쓰기 도구]

□ PC      □ 필기구(노트/펜)      □ 태블릿      □ 스마트폰     


[도구 상세]

□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필기구는?     

□ 선호하는 프로그램 혹은 매체는? (한글, MS워드, PPT, 블로그, 브런치 등)     

□ 내가 좋아하는 키보드 스타일(기계식,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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