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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글쓰기 부담을 덜기 위한 어깨에 힘 빼기 훈련법

 안 하던 짓을 하면 누구나 긴장을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하물며 매일 글 파먹고 사는 작가들도 눈앞에 커서가 깜빡깜빡 재촉하면 스트레스부터 받는다. 다만, 일반인들과 달리 스스로 긴장 푸는 방법을 잘 알고 있을 뿐.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훈련은 여러 갈래가 있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대중적인 훈련법을 한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글 쓸 때 어깨에 들어간 힘을 자연스럽게 빼주는 훈련법

 누군가 내 글을 읽고 평가한다는 사실에 대한 부담은 글쓰기에 큰 방해가 된다. 심리적 부담감도 구체적으로 상담을 해보면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데, 개선의 핵심은 결국 그러한 평가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데 있다.

 훈련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 일단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는다고 안심부터 해야 제대로 연습이 된다. 단, 무작정 비공개로 아무렇게나 막 쓴다고 해서 실력이 늘진 않는다.


 [첫 번째 트레이닝] 10분 글쓰기

 하루 10분씩 비공개로 글을 쓴다. 누구는 30분씩 쓰라고 하지만 애초에 글을 써본 적 없는 초보들에게는 가혹한 시간이다. 이 훈련은 어깨에 힘을 빼는 것이 목적이지, 긴 시간 쓰면서 기술을 익히고자 함이 아니다. 오히려 30분이라는 시간이 주는 부담감은 글쓰기를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 수도 있다. 10분씩만 해도 충분하다. 단, 매일!


 <10분 글쓰기>를 위한 매체로는 블로그를 권한다. 철저히 비공개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카테고리 하나를 아예 비공개로 설정해두고 쓰면 실수로 공개할 위험이 없어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반드시 블로그일 필요는 없다. [한글]과 같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쓴 다음 패스워드를 걸어도 되고, 혼자 산다면(누군가 훔쳐볼 위험이 없다면) 노트에 써도 좋다. 어디든 내가 가장 자주, 쉽게 접할 수 있고, 익숙한(혹은 앞으로 익숙해질 만한) 도구를 택하면 된다.     

 <10분 글쓰기>는 완성이 목표가 아니다. 하루 10분씩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면 된다. 따라서 기승전결이 있을 필요도 없고, 완결에 대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심지어 맞춤법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의식의 흐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혼자 볼 글에 띄어쓰기 좀 틀리면 어때.

 그렇다면 뭘 써야 하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옮겨 적기만 하면 된다.


뭐라고 쓰지? 생각이 안 나는데. 몰라 일단 써보자. 오늘 뭐 했더라?


 이런 식이다. 쓸 말이 생각 안 나면 ‘생각 안 난다’부터 쓴다. 정말 떠오르지 않으면 잠시 기다린다. 조바심내지 않아도 된다. 채워야 할 분량따위 없으니까.

 몇 줄을 썼느냐, 글이 얼마나 논리적이냐도 중요하지 않다. 맞춤법에 안 맞고, 오타 투성이어도 괜찮다. 이 훈련의 유일한 목표는 ‘오늘 내가 10분 동안 뭔가를 썼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 가지. 내가 쓴 글을 두고 평가하지 않는다. 잘 썼네, 못 썼네 하지 말고 10분 동안 글을 쓰기만 하면 된다. 매일, 꾸준히.

 10분 글쓰기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생명이다. 이 훈련의 의미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몸에 익숙하게끔 만드는 데 있다. 키보드로 쓰든, 펜으로 쓰든 상관없다. 단지 글을 쓴다는 그 행위 자체가 익숙해지는 것만이 목적이다.


 [두 번째 트레이닝친구에게 말하듯 쓰기

 내 앞에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고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실제 대화하듯이 구어체로 써본다. 글에 대한 부담과 긴장을 덜어내는 가장 손쉬운 처방이다. <10분 글쓰기>는 자유롭게 떠오르는 대로 쓰는 반면 <말하듯 쓰기>는 한 가지 주제를 미리 정하면 좋다. 내가 관심 있거나 잘 아는 분야에서 택한다. 예를 들어 사진 촬영에 이제 막 취미가 생긴 친구에게 내가 아는 정보를 알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야, 카메라 산다고? 뭐 살 건데? 캐논? 니콘? 많지. 뭐 하려고? 유튜브? 영상 쪽은 요새 소니가 잘 나간다더라. 이런저런 제품들이 있어. 일단 보급기랑 중급기, 고급 기종으로 구분하지. 당연히 성능 차이도 있고 가격 편차도 심해.


 이런 식으로 구어체(일상 대화에서 쓰는 말투) 그대로 쓴다. 이때 ‘이런저런 제품’은 나중에 검색을 통해 찾아서 넣으면 된다. 글을 쓸 당시에는 그냥 ‘이런 내용을 쓸 거야’라는 표시 정도만 해놔도 충분하고 쓰는 행위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 데 초점을 둔다.

 주제만 정한 다음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쓰면 되는데, 이는 마치 마트에서 메모 없이 장을 보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파, 양파, 당근, 카레, 사과, 양상추, 고기, 오징어, 두부… 일단 눈에 띄는 대로(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면(쓰기만 하면) 된다. 무슨 요리를 할지, 어떤 재료를 써서 몇 개의 요리를 만들지는 나중에!

 당장에 어딘가에 글을 제출해야 하는데, 도무지 안 써질 때도 이 방법은 유용하다. 일단 친구와 대화하듯이 편하게 쓰고 나중에 고쳐 쓰면 되니까.


 머리에서 손끝까지 고속도로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성실하게 10분씩 공사에 임해야 한다. 글을 쓰는 동안 내 앞에 앉은 친구는 비록 상상이지만 공사를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핵심은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손끝으로 잘 풀어내기 위해 중간에 연결된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에 착상된 생각을 글로 잘 풀어내는 작가와 그에 서툰 일반인의 차이란 ‘구사할 수 있는 어휘량’과 손끝까지 연결된 도로가 ‘고속도로냐, 비포장이냐’, 이 두 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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