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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글을 쓸 때 마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가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땐 의외로 긴장을 안 했다. 강사가 꿈도 아니었고, 단지 내가 아는 지식을 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욕심이 없어 그랬는지, 혹은 ‘나는 강사다!’라는 프로의식의 부재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강의 초반엔 떨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 강의 요청이 본격적으로 많아지면서 기왕 할거면 제대로 해보자 싶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명 교수님을 찾아 강의 기법을 배우기도 하고, 강의 교안을 잘 만드는 기술도 익혔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안 하던 긴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의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나서 오히려 떨게 되었다는 이 아이러니. 대체 왜?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걸 또 하루만에 고쳤다.

 글쓰기는 내 집에 온 손님께 음식 대접하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손님이 뭘 좋아할까 생각해보고 미리 재료를 다듬고 요리해서 내놓는 것이다. 내 취향이 아니라 전적으로 손님 입맛에 맞아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대접이다.

 하지만 기껏 방문한 손님께 ‘저 오늘 어때요? 오신다고 머리도 하고, 옷도 새로 사 입었는데 잘 어울리나요? 참, 이 바지는 세일할 때 반값에 샀어요. 괜찮죠?’ 이러고 있다면? 그만한 실례가 또 없다. 바쁜 시간 쪼개어 왔더니 온통 자기 이야기만 하는데 좋아할 리가.

 공개적인 글을 쓸 때는 내 글을 읽게 될 독자에게 집중하면서 뭔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블로그를 예로 들어보자. 제목에서는 ‘유튜브용 카메라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정작 들어왔더니 온통 광고뿐이라면 어떨까? 광고를 통해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글이 환대 받을 리 없다. 손님 입장에서 속된 표현으로 ‘낚였다’고 한다.

 블로그를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용하더라도 게시물의 80~90%는 정보를 담아야 한다. 온통 광고만 해대는 채널을 누가 구독하겠나. 하물며 TV에서도 한 시간은 프로그램하고 10분씩만 광고를 끼워 넣는다. 매체 운영도 그렇게 해야 한다. 방문자에게 볼만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광고는 적당히 하란 뜻이다.

 목적을 가진 글의 성과도 마음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구를 위해 이 글을 쓰는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 그 이야기는 독자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 이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전문가처럼 보이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표현이 다소 서툴러도 괜찮다. 독자에게 뭐 하나라도 더 필요한 정보를 전하려는 그 진심만 전해진다면 그것으로 됐다.     

 한때 뭣 모르고 강의하던 시절이 있었다. 제대로 교수법을 배우고 나서 갑자기 긴장하고 떨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의를 하려는 목적이 뭐지? 청중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함이 아닌가? 실수하면 안 돼. 긴장하지 말아야지. 실수하면 어쩌지? 혹시 내가 모르는 걸 질문하면 어떡하지? 온통 내게로 향해 있던 마음의 시선을 청중들에게로 돌리자 다시 놀라운 일이 생겼다. 어제까지 긴장해서 말까지 더듬던 모습이 단 하루만에 싹 사라진 것이다.


 어깨에 힘을 빼는 훈련으로 <10분 글쓰기>와 <말하듯이 쓰기>를 권했는데, 그 이전에 내 마음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 살핀다면 더 쉽게 힘을 뺄 수 있다. 긴장을 내려놓고, 펜을 들 차례다. 생각해보라. 내가 이 글을 왜 쓰는지.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기를 원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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