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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어휘력 향상을 가로막는 의외의 나쁜 습관

 재밌고 맛깔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휘력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일단 어휘는 많이 알고 볼 일이다. 냉장고에 재료가 많아야 뭐든 원하는 요리를 하지, 달랑 김치 하나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제한된다.

 또한 다양한 재료의 특성을 알아야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온다. 그래서 어휘력이란 낱말에 대한 사전적 지식 외에도 다른 낱말과의 관계 속에서 가지는 섬세한 의미라든지, 어감의 차이까지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임을 알아야 한다.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려면 어휘 수집이 먼저다. 뻔하지만 정답은 독서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독서량을 가지고도 제 기량(어휘력)을 발휘 못 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냉장고에 재료들로 그득한데도 정작 요리를 못하는 셈이다. 실력 발휘를 못하게 만드는 몇 가지 나쁜 습관을 짚어보자.     

 첫째, 스트레칭 부족.

 경직된 사고는 특히 글 쓰는 습관조차 제대로 들지 않은 초보 작가들에게 가장 큰 난관이다. 주로 동어반복이 심한 글은 어휘력 부족이기도 하지만 바짝 긴장한 상태에서 썼기 때문이다. 굳은 몸으로 쓴 글은 문맥이 딱딱하다. 머리부터 손끝까지 제대로 뚫려 있지 않으면 배송 과정에서 덜커덩덜커덩하면서 그나마 알던 단어도 깨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해법은 단순하다. 자주 써봐야 한다. 머리나 몸이나 자주 안 쓰면 굳는다.     

 둘째, 이모티콘, 지시대명사 난발.

 글에서 툭하면 ‘이것’, ‘저것’, ‘그것’하면서 지시대명사를 남발하고 있다면 전형적인 어휘력 부족증이다. 가리키는 대상을 명확하게 표현할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독서량 부족이 주원인이지만 한편으로는 평소 구체적인 표현을 잘 안 써서 그렇기도 하다.

 구체적인 표현을 잘 안 쓰게 된 이유에는 이모티콘의 폐해가 크다. 문자 메시지나 블로그 등에서 이모티콘만으로 감정 표현을 대신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다소 우려스럽다.

     ‘재밌다’, ‘흐뭇하다’, ‘즐겁다’, ‘유쾌하다’, ‘신난다’, ‘행복하다’라는 구체적인 표현 대신 ^^ 내지는 ㅋㅋㅋ로 표현하고 만다. ‘슬프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절망적이다’ 등의 표현은 죄다 ㅠㅠ 하나로 대신할 수 있다. 요즘은 이모티콘만 가지고도 어지간한 감정 표현을 다 할 수 있다. 각종 메신저에는 온갖 감정 표현을 대신할 만한 이모티콘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신상 이모티콘이 쏟아지면서 내 표현력의 범위는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乃  ‘엄지 척’하는 이모티콘 스티커 대신에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든든하다’라든지, ‘네가 최고야.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라고 구체적인 표현을 자꾸 해봐야 어휘력이 는다.     

 셋째, 욕설.

 최악의 습관이다. 말과 글은 하나다. 말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고, 글 잘 쓰는 사람이 말도 잘한다. 말이든 글이든, 자기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평소 욕설을 자주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중고등학생들! 동물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라 이해는 한다. 욕 한마디면 센 척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욕은 뇌에서 다른 단어보다 무려 4배나 강하게 각인된다. 감정의 뇌를 강하게 자극해 이성적 판단을 저해하는데, 욕설을 듣는 순간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 지금 내가 아는 한 가장 심한 욕설 열 가지만 떠올려보라. 혼자 있다면 입 밖으로 뱉어봐도 좋다.


-내가 아는 가장 심한 욕설 10가지











 이제 앞장을 다시 넘기지 말고 욕설 이전에 언급했던 ‘어휘력 떨어뜨리는 나쁜 습관 첫번째와 두 번째’를 다시 떠올려보라. 아마 생각 안 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욕이 이 정도로 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실제 여러 단어를 불러주면서 중간중간 욕을 섞으면 대게 욕만 기억에 남지 평범한 단어는 거의 떠올리지 못한다.

 욕은 뇌를 변화시킨다. 실제 우리가 상대로부터 거친 언어를 듣게 되면 해마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이곳은 뇌의 다른 부위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학습과 기억에도 관여한다. 과거 거친 언어를 들은 경험이 많은 아이들일수록 해마 크기는 평균보다 작았고, 심지어 일부 뇌 회로 발달도 늦어진다는 연구도 있다.1)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가해자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로 뇌 발달이 느려지고 해마의 크기 또한 평균 이하에 머문다. 자기감정을 적절하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뇌 발달이 더뎌지는 것이다.

 욕하는 버릇은 비단 어휘력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지 능력까지 떨어뜨린다. 무계획 충동성 또한 욕설을 많이 사용하는 그룹이 더 높았고, 인지 충동성은 더 크게 차이가 났다. 문제 해결 능력 또한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2)

 어휘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습관

 여러 단어를 자주 써봐야 하는데, 우선 일상에서 이모티콘 대신 구체적인 표현을 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이모티콘을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가니쉬(garnish)처럼 곁들이는 정도여야지, 오롯이 그것만 써서는 점점 표현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안 쓰는 근육은 퇴화한다. 근손실을 막으려면 지속적으로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1) 카이스트 정범석 교수 연구팀

2) 실험 디자인 :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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