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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맞춤법이 글쓰기 훈련에 독(毒)이 된다고?

다음 중 띄어쓰기를 옳게 한 것은 무엇일까?


1. 핑계삼아 / 거울 삼아
2. 외딴 섬 / 외딴성
3. 먹을 지 말 지  / 떠난지 / 먹은지     


 고민할 필요 없다. 정답은 없으니까. 아래가 올바른 띄어쓰기다.     


 1. 핑계 v 삼아  / 거울삼아

 2. 외딴섬 / 외딴 v 성

 3. 먹을지 v 말지 / 떠난 v 지 / 먹은 v 지     


 ‘지’의 경우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로 쓰일 때만 띄어 쓰고 나머지 어미로 쓰일 땐 모두 붙여 쓰면 된다. ‘핑계 삼아’와 ‘외딴 성’은 ‘삼다’, ‘외딴’이라는 동사, 관형사가 있기 때문에 띄어 쓴다. 띄어 쓸지 붙여서 쓸지가 헷갈리면 원형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된다.



 그런데 ‘거울삼다’와 ‘외딴섬’은 왜 붙여 쓰느냐. 사람들이 많이 써서 하나의 단어로 굳어져서 그렇다.


맞춤법
 : 어떤 문자로써 한 언어를 표기하는 규칙. 또는 단어별로 굳어진 표기 관습.


 맞춤법의 사전적 의미가 곧 맞춤법이 어려운 이유다. 규칙 자체도 어렵지만, 표기 관습까지 법칙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관습이란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해온 질서나 풍습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용한다면 그 또한 법칙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자장면’이 ‘짜장면’이 된 것처럼.     

 -띄어쓰기 vs 띄어 쓰기     

 둘 다 맞다. ‘띄어쓰기’ 자체가 한 단어라 모든 음절을 붙여 쓰는데, ‘띄다’의 어간에 방법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어’가 붙은 형태로 ‘쓰다’의 명사형 ‘쓰기’를 수식할 때는 ‘띄어 쓰기’로 띄어 적을 수 있다.     

 1. 꽃이 많이 피었어요.

 2. 꼬치 마니 피어써요.     

 두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글에서 두 번째와 같이 소리나는 대로 쓰면 어떤 단어는 구별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반듯이(直)’와 ‘반드시(必)’는 발음은 같으나 글에서는 ‘반드시’ 구분을 해줘야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맞춤법은 중요하다. 의미 전달은 물론 글의 완성도와 작가에 대한 신뢰도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특히 초고 쓰는 법부터 차근차근 몸에 익혀가는 단계라면 맞춤법에 당장은 신경 쓰지 마시라 권해드린다.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법의 두 얼굴

  -‘~한 지’에서 ‘지’를 붙여 쓰던가? 아니, 띄어 써야 하나?

  -왠/웬? 개수/갯수? 되요/돼요? 베개/배게/배개? 김치찌개/김치찌게?     

 부담 없이 편하게 써야 하는 초고 작업에서 이렇게 몇 줄 쓰다가 갑자기 맞춤법, 띄어쓰기에 신경 쓰다 보면 의식의 흐름이 자꾸 끊어진다. 이게 문제다. 초고를 쓸 때는 이런 사소한 부분도 굉장한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맞춤법 따위 중요하지 않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나중에 수정할 때. 퇴고 과정에서도 가장 마지막 단계에 보면 된다. 구체적인 퇴고 방법은 뒤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마춤법 거 좀 틀리면 안대? 안이 외않되?

 맞춤법은 전 국립국어원장님도 어렵다고 고백했다. 그러니, 일단 맞춤법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크게 부담 안 가져도 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춤법은 올바른 의미 전달을 위해 신경은 써야 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일 때는 더더욱.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포트폴리오나 각종 기획안, 보고서 등 공적인 글에서 이런 식으로 ‘마춤뻡도 틀리고그러면 실뢰도에 금이 가지 안겠나’. 작성자의 지적 수준마저 다 드러난다.

 하지만 일기 쓸 때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혼자, 비공개로 글을 쓸 땐 굳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나만 볼 거니까! 나를 관찰하기 위해 글을 쓸 땐 오롯이 내 마음에만 집중하면 된다.


정리 & TIP

-맞춤법은 퇴고 마지막 단계에서!

-초고를 써나가는 과정에서는 전혀 신경 쓰지 말 것!

-띄어쓰기는 어지간하면 띄어 쓰면 (확률상) 맞지만, 정석은 사전을 찾아보는 것!

-온라인에서 [맞춤법 검사]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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