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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4. 2022

문장 표현력과 문해력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

 사고(思考)의 깊이는 철저히 어휘량에 비례한다. 그리고 어휘량이 풍부한 사람이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당연한 소리다. 쓸 수 있는 어휘가 많으면 많을수록 문장의 표현력도 다채로워지기 때문이다. 검은색 물감 하나만 가진 화가와 삼원색(빨강, 노랑, 파랑)을 다 가진 화가의 표현 범위는 압도적으로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을 쓰려면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이유다.

 반대되는 사례로, 서툰 외국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My name is’까지는 뱉고 보는데, 이후부터 뇌에 심한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 영어 공부할 때 단어 암기가 가장 힘들었다. 어떠한 논리도, 이야기의 흐름도 없는 단순 암기. 그래서 나름 터득한 방법이 교과서를 반복해 읽으면서 이야기를 통째로 외워버렸다. 문장을 반복해 읽으면 이야기가 먼저 머리에 들어오고, 단어 뜻은 자연스레 익혀진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단어에 반복되는 ‘접두어’나 ‘접미어’(1)로 쓰이는 낱말의 어원을 공부했다면 아마 독해가 더 쉬웠을 듯하다. 이를테면 영단어 ‘anti’는 뭔가에 ‘반(反)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회(social)’에 ‘반(anti)’하면 ‘반사회적인(anti-social)’이 된다. 뒤에 붙는 단어 뜻을 몰라도 ‘anti’가 붙어있으면 뭔가에 ‘반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 영어는 그렇다 치고 우리말을 제대로 쓰려면? 한국말을 잘 쓰기 위해서는 한자 공부를 해야 한다. 한자를 직접 쓸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반’이라는 말은 한자어에 따라 쓰임이 다양하다는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半 : 둘로 똑같이 나눈 것의 한 부분
班 : 작은 집단
反 : 돌이키다, 돌아오다, 되돌아가다, 되풀이하다, 반복하다, 반대하다, 뒤집다


 우리말은 크게 고유어와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로 구성되어 있다. ‘새색시’, ‘갈무리’, ‘깜냥’, ‘꼬투리’ 이런 말은 한자어에 없는 순우리말, 즉 [고유어]다. 참고로 ‘사흘’은 ‘세 날(3일)’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흘이라 해서 ‘4’일이 아니다.

 예전에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되었다’라는 기사에 ‘사흘 연휴’라는 제목이 붙자 ‘3일 쉬는데 왜 4일 쉰다고 하냐’며 항의성 댓글이 달렸다. ‘요즘 문해력 수준이 우려스럽다’, ‘모를 수도 있지. 이게 상식이냐’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긴, ‘4흘(4일이라는 의미로)’이라고 쓰는 기사도 봤다. 신문 독자들 수준만 탓할 일은 아닌 듯 싶다.

 한자어는 그 낱말의 기원이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우리말 어휘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게다가 한자는 명사뿐만 아니라 9품사(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에 두루 쓰인다.



1) 접두어 / 접미어 : 언어 파생어를 만드는 접사로, 어근이나 단어의 앞이나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가 되게 하는 말. ‘시퍼렇다’의 ‘시-’ / ‘선생님’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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