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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8. 2022

몇 번이나 퇴고해도 오타를 찾지 못하는 이유

 장르 불문하고, 서점에 꽂힌 그 많은 책들 중에 오타 하나 없이 한글 맞춤법을 완벽하게 지킨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모르긴 해도 수 만 권 중 100권도 채 안 될 거라 자신한다. 그만큼 맞춤법은 어렵다. 김영하 작가님의 인사이트 3부작 중에서 <보다 읽다 말하다>라는 책에도 물론 오타가 있다. 그것도 치명적인.

 개정판을 내면서 <죽은 자들의 몫>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여기 달린 부제목이 원래는 ‘이한열 30주기에 부쳐’인데 그만 ‘20주기’로 나간 것이다. 본문 중간 어디쯤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큼지막하게 쓰인 부제목에 실수를 했다. 백번 양보해 김영하 작가님 개인 실수라 하더라도 출판사 에디터들은? 그분들도 모두 전문가다.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실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오타비문오문을 확실하게 찾는 퇴고의 기술

 글 쓰는 과정은 단순하다. 먼저 초고를 쓰고 다듬으면 된다. 다듬는 과정을 ‘퇴고’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퇴고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나눠서 해야 한다. 처음에는 전체 맥락만 보고 그다음 문단, 다시 문장을 살피며 점점 가까이,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문장을 살피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중요한 팁이 있다. 눈으로만 보지 말고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소리 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초보 작가들은 본인이 쓴 문장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대체 어디가 어색한지 찾기 어렵다. 흔히 ‘잘 쓴 글을 많이 읽어 봐야 한다’라고들 하는데, 물론 장기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초보이 당장 써먹을 만한 조언은 아니다.

 다음의 문장을 읽고 어디가 어색한지 찾아보자.

                  

 많은 것이 기계에 대체되고 있고 이제는 대면보다 비대면 활동이 많은 시대 불과 몇 개월 사이 몇 년이 훌쩍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시대에 뭐든 다시 배우고 뭐든 다시 적응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고 걱정 한가득인 사람들이 많다.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새로운 소식과 새로운 시스템들에 적응하려다 보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도돌이표 같은 지침 가득한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퇴고는 여러 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엔 맥락부터 살피고 그다음은 문단과 문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본다. 자, 그다음 문장을 볼 차례다. 이때 소리 내어 읽어보면 위의 예시문에서 어디가 어색한지 금방 드러난다.


 많은  기계에 대체되고 있고 이제 대면보다 비대면 활동 많 시대 불과 몇 개월 사 몇 년이 훌쩍 지나간 처럼 느껴지 요즘 시대에 뭐 다 배우고 뭐 다 적응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고 걱정 한가득인 사람들 많다.


자고 일어나 쏟아지 새로운 소식과 새로운 시스템들에 적응하려다 보 해도해도 끝이 없 도돌이표 같 지침 가득한 공허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조사 ‘은/는’을 비롯해 ‘~이’, 그리고 ‘~것’, ‘~면’이 한 문장 안에서 반복되니 읽을 때 턱턱 걸린다. 이렇게 소리 내어 읽을 때 혀가 꼬이거나 턱턱 걸리면 그 문장은 손을 봐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한가지 의문이 있다. 출간 후 대놓고 보이는 오타는 왜 여러 번 퇴고해도, 심지어 그 많은 전문가들이 검수를 해도 못 찾을까? 읽지 않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은 이미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장 다음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이미 안다. 출판사 교정 교열 담당자도 마찬가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이 외워진다.

 그렇게 되면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고, 실제로는 눈으로 ‘보기만’ 한다. 글 전체를 텍스트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니 첫 줄부터 대놓고 오타가 있어도 발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남이 쓴 글에 오타가 잘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내용을 모르니 자세히 ‘읽기’ 때문이다. 이것이 퇴고 과정에서 한 번은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이유다.

 김영하 작가님의 책 <보다 읽다 말하다>라는 제목이 이미 정답을 말하고 있다. 보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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