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루 Apr 08. 2022

글에서 드러나는 습관

그런 캐릭터인 거 같아요. 작품 속에서 캐릭터와 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을 하거든요. 그 안에서 내가 이 공통점을 느낄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유도 연습을 했던 거 같고…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었었던 거 같아요. 저는 항상 그런 거에 희열을 느끼는 거 같아요.
(…중략…)
캐릭터와 공통점을 찾았을 때, 리모컨이 풀리듯이 감정이 나왔을 때 그때 저는 제일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딱 읽었을 때 이 캐릭터 연기해보고 싶다, 라는 캐릭터들이 다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형들이 잘 이끌어주셨던 거 같아요. 평소 저도 친동생이 된 거처럼 몰입이 된 거 같아요. 저는 항상 그런 거 같아요.(…중략…) 항상 생각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저도 연기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을 위해 공감을 시켜드려야겠다, 라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공감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보는데 그 캐릭터에 같이 몰입을 해주시고,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고 이게 진짜 너무나도 큰 힘인 거 같아요.그것만 생각하고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보고 난 후에 제가 얻은 게 있다면 지금 살면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이 정말 소중한 거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준 영화인 거 같아요.
(…중략…) 쭉 이어지는 스토리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영화 홍보를 위해 주연 배우가 어느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10분짜리 인터뷰다. 이 짧은 인터뷰에 ‘~인 거 같아요’라는 표현을 무려 17번이나 반복해서 썼다.


‘-이라는 표현 속 숨은 심리와 원인

 “남이 어떻든, 항상 내 문제를 봐라.”
 깨달음을 전하는 성인(聖人)들의 공통된 가르침 중 하나다. 법륜스님께서도 <즉문즉설>을 통해 종종 강조하시는 내용이기도 하다.

 내 문제를 보라!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다. 우리의 눈은 밖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난 눈은 타인의 문제만 기가 막히게 찾는다.     

나를 보는 방법

 나를 보는 대표적인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을 살피고 정리하며, 나아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그릴 수 있다. 나를 보는 또 한가지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글은 내면의 생각을 활자라는 매개를 통해 '시각 정보'로 바꾸는 작업이다. 연기처럼 흩어지는 말과 생각을 글로 고정시켜 눈앞에 갖다 놓으면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말과 글에는 습관이 있고, 습관은 살아오면서 형성된 수많은 가치관, 고정관념, 사고의 틀과 방향 등이 묻어있다. 물론 글만으로 한 사람의 모든 심리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이지만, 다루는 대상에 대한 표현 방식과 태도, 반복되는 언어 패턴 등의 단서를 통해 여러 단편적인 조각을 모아볼 수는 있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내담자의 감춰진 심리를 파악한다. 글에서 심리를 읽어내는 대표적인 방법이 <문장완성검사(SCT : Sentence Completion Test)>다. 제시된 미완성 문장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반영된 피검자의 동기나 태도, 갈등, 공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검사 자극이 매우 분명하다는 점에서 심리상담에 자주 쓰인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


 이런 식의 문항에 내담자가 채운 내용을 보고 심리 전문가들은 많은 정보를 읽어낸다. 한편, 심리를 깊이 있게 공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어느 정도는 글쓴이의 가치관이라든가 생각, (쉽게 드러나는 수준의) 심리 등이 보인다.

 표현 하나하나 다루면 너무 길어질 거 같고, 최근 첨삭 지도하며 가장 많이 본 표현 중 하나만 예로 들까 한다.

 [-것 같아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병’이라 부른다. 그것도 전염성이 강한. 실제 첨삭지도를 하면서도 상당히 자주 보게 되는 표현이다.

 ‘~인 것 같다.’

 이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눈치를 보며 생긴 일종의 습관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화에서 맥락을 파악해야 하는 고맥락 문화라 타인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과거 농경 사회에서 이웃들의 도움(품앗이 :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조선 중기 이전까지 양반은 1%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다 농사 짓거나 장사를 했으니까.

 TV에서 인터뷰를 보면 이 말을 정말로 자주 들을 수 있다.

 “맛있는 것 같아요.”, “재밌는 것 같아요.”, “좋은 것 같아요.”, “신기한 것 같아요.”

 본인이 먹고, 보고, 즐겼음에도 불구하고 ‘~것 같다’라고 말한다. ‘나만 맛있었으면 어쩌지?’, ‘나 혼자 재밌으면 어쩌지?’ 이런 심리다. 남이 먹고 토하든 어떻든, 내가 맛있었으면 맛있다고 하면 그만인데, 남들 다 맛없다는데 혼자 맛있다고 할까 불안한 것이다.     

 ‘-것이다’의 반복은 강조를 목적으로 쓴다. 다만 반복되면 오히려 그 힘이 떨어진다. 이 표현을 반복해 쓰는 이유는 자기주장에 대한 근거가 부족함을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와, 체계적인 논리, 사례가 충분하면 종결 표현을 ‘-이다’ 정도로 끝맺어도 충분하다. 그게 어려워 ‘~것이다’하고 억지로 힘줘서 말하게 되는 것이다!

 말싸움을 할 때도 합당한 근거가 부족하고 억지 부리는 사람들은 대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상대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 굳이 목소리 높일 이유가 없다. 조곤조곤 ‘네가 뭘 잘못했는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차분히 설명하면 된다. 말로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목소리라도 높일 수밖에.

 심리에 중점을 두고 설명했지만, 말과 글에서 특정 낱말이나 표현 방식이 반복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어휘력 부족. 그래서 ‘것’이라는 품이 큰 옷을 입힌다. 정확한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휘력이 부족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독서량 부족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몇 번이나 퇴고해도 오타를 찾지 못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