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실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힘.
그리고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
상상력과 창의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매우 고차원적인 사유 능력에 속한다. 한여름, 휴가철을 맞은 해변가를 상상해보자. 피서객들로 북적이는 여름 해변가를 떠올리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풍경이 그려지는지 자유롭게 말해보라면 누구라도 한참 동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머릿속에 펼쳐진 그 풍경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번엔 창의력을 발휘해보자. 저 먼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외계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각자 묘사는 다르겠지만 이 또한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런데 해변가 풍경도 풍경이지만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외계인 모습은 대체 어떻게 그릴 수 있는 걸까? 창의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살면서 한번도 조우한 적 없는 외계인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머리는 오징어처럼 삼각형에 눈은 여덟 개? 아마 코는 구멍만 뚫려 있을 거 같고, 입은 세로로 긴 모양이려나? 팔은 네 개, 다리는 무릎 관절이 두 개로 길고 점프하기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을지도.
사실 이는 모두 어디선가 본 이미지를 조합한 것이다. 실제 외계인은 눈과 코가 없을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인간의 형상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외형이 되었든 우리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여러 형태를 조합해 외계인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것이 포유류든 파충류든 곤충이든, 뭐가 됐든. 한번쯤 본 적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특징들을 가지고 조합한다. 이것이 상상력이고 창의력이다.
“해변가에 뭐가 보이시나요?”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여름 해변을 묘사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대답할까?
“파래요. 음… 파랗습니다.”
기억이 없는 이들에게 바닷가 풍경을 상상하라고 하면 그냥 파랗다고만 한다. 조합할 기억(재료)이 없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때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들을 재조립해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지 풍부한 경험만 있으면 상상력과 창의력은 절로 길러지는 걸까?
2007년 1월 10일. 스티브 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 월드에서 최초의 아이폰 모델을 소개했다.
오늘 우리는 이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무려 3개나 선보이려 합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iPod입니다.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기기입니다.
자 정리해보죠, 3가지입니다. 터치로 조작할 수 있는 와이드스크린 iPod, 혁신적인 휴대폰, 그리고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기기. iPod, 휴대폰, 인터넷 통신기기, iPod, 휴대폰… 뭔지 감이 오세요?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니다. 단 하나의 제품입니다.
잡스는 이날 아이폰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리라 예언했고, 그 예언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ㅡ창의성의 극치! 혁신의 끝판왕!!
스티브 잡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창의력이 뛰어난 인물 하면 지금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다. 그러나 잡스를 비롯해 창의성이 뛰어난 몇몇 인물들을 인터뷰해보면 정작 본인들은 스스로의 창의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창의성은 단지 사물을 잇는 것이다.”
이것이 잡스가 말하는 창의성에 대한 정의다. 기존에 없던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대상을 서로 연결했을 뿐이라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이팟, 모바일 폰, 그리고 인터넷 커뮤니케이터. 이 셋을 연결해서 만든 것이 아이폰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기를 짠하고 등장시킨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우리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결국 힘써야 할 부분은 ‘연결’이다. 이것과 저것을 잇는 행위. 그것이 바로 상상이고 창의다. 하늘 아래 완벽한 ‘NEW’는 없다. 재탄생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