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사각의 링 위에서 독자와 단 둘이 마주하는 행위다. 학창 시절 은사님이신 시인 이성복 선생님의 표현이다. 그 말씀에 사족을 몇 줄 달아본다.
잽은 짧고 간결하게
독자를 견제하기 위한 잽은 짧고 간결하게 치고 빠져야 한다. 리치가 긴 어퍼컷만 계속 날려서는 경기에서 이기기 힘들다. 잽은 최대한 짧고 쉬운 언어로 날린다. 짧은 잽과 다소 긴 훅, 그리고 독자가 미처 예상치 못한 어퍼컷. 이런 다양한 공격을 시도해야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움직임(문장의 흐름)은 유연하게
첫 문장부터 한자어나 영어, 어려운 단어, 낯선 단어를 쓰게 되면 문턱이 높아진다. 어려운 단어에 말까지 늘어지면 첫 문장부터 매력을 잃기 쉽다. 잘 안 읽히는 문장은 복싱에서 뻣뻣한 움직임과 같다. 경직되지 말고 가벼운 문장들로 경쾌하게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화려하기만 한 스탭(수사)보다 묵직한 논리와 근거
그렇다고 해서 가볍기만 한 스텝만으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묵직한 한방이 있어야 하는데, 칼럼에서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적 근거가 중심이 되어준다.
같은 펀치가 반복되면 패턴을 읽힌다
동어반복을 피하라
명사든 동사든 동어반복은 글을 지루하게 만든다. 패턴이 읽히면 독자를 압도할 수 없다.
정해진 라운드 안에서 경기를 끝내야
칼럼은 한글 프로그램 기준 글자 크기 10pt, 행간 160%로 한 페이지 반 정도가 적당하다. 내용이나 문장이 독자를 매료시키지 않는 이상 글이 길어지면 지루하다.
라운드(문단)를 구분해야
문단 사이는 소제목을 활용
복싱 경기가 라운드를 구분하듯 글에서는 문단을 구분함으로써 글에 몰입하고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게 만들 수 있다. 한 문단이 지나치게 길면 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공격(표현)을
'…인 듯하다'라는 표현은 아직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상에 대해 사용한다. 그러나 글쓴이의 주장에 대해 '…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은 자신감이 결여되어 보인다. '~해야 한다', '~이다'와 같이 직설적으로 펀치를 찔러야 한다.
실수를 줄여야 승률이 높아진다
기자가 많이 바빴나 보다.
사소한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으로 여겨진다. 실수가 누적되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