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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속이는 거짓말

'나'의 현실

by 새긴이

나는 나에게 거짓말하고 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를 속이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에 대해 속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속은 사람들은 나에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본받고 싶다고, 부럽다고 재차 말한다. 또한, 아는 것이 많다고 과제도 제일 먼저 하고, 수업이 끝난 후의 실습도 제일 먼저 끝나 집으로 간다는 것. 나의 겉모습에 대해 말해준다. 난 아니라고, 그런 형용사의 걸맞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많은 사람이 오해하며 나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각자 할 일을 하러 떠난다.
사람들이 "잘 살 거야"라는 이기적인 말로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엔 내가 너무나 작다. 잘하고 있다는 말 안에 끊임없는 노력과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을 알까?
내가 과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을까?
나도 누군가를 속이지 않고 진솔하게 살고 싶다.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20여 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현실을 내가 가지고 있는 몸뚱이로 살기에는 버거웠다.

예전에는 무엇 하나 좋아하는 일도, 잘하는 일도 없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청소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제일 잘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공급기'의 역할이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못한 채, 이기적인 채로 다른 사람의 산소를 많이 먹었다. 다른 사람에게 숨 쉴 권리를 뺴앗으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갔다. 아무 생각도, 목적도, 의지도 잃어버린 채 내 인생에 대해서 방황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있었던 목적이 없는 다른 사람과 동화되며 안심되었다.
주변 사람도 꿈이 없이 살아가니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자기합리화하였다. 그 당시에는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내가 아프지 않았어야 했다.

그렇게 20여 년간 살아왔다.

온점과 한 획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느낌표를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 후 느낌표가 물음표가 되기까지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물음표가 될 때 내가 살고 있는 이유가 어떤 건지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는 목적이 있다고, 운명이라고 들었지만 정작 태어난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너무 방황한 것일까,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후회와 회의감이 쌓여있었다. 이렇게 살다 보니 내가 잘못을 한 것처럼 자격지심이 들었고, 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다. 나에 대해서 미안해졌다. 이런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몸이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더 나은 본체가 있었을 텐데.

[그동안 나는 나대로 살았다.]

20여 년간 해보고 싶었던 것이 없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나의 동굴인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편안함과 불안함이 서로 엉켜 내 몸에 달라붙는다. 밖에 나와서 무언가를 해보기에도 무서웠다.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를 믿지 못하였다.
이렇게 살기를 반복하다가 다른 사람을 보며 무작정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변화하겠다는 거창한 마음가짐 대신에 마음이 가는 대로 하려고 했다.
아니, 나약하고 비겁한 나 자신을 숨기고 싶었다. 그러다가 또 생각이 얽매어온다. 남들처럼 공부도 하고, 남들처럼 살아왔는데, 또 남들처럼 살려고 한다.
이렇게 살아오는 것이 '나'일까?

[나는 '나'대로 살려고 한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 잘못으로 또 치부해 버린다.
누가 힘드냐고 물어보았을 때도 괜찮다고 말하며 흐지부지 넘어간 적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습관적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말이, 괜찮다고 내뱉는 순간에도, 그 단어를 내가 말하고도 내 자신이 혐오스러워졌다.
그렇게 버티고 있었던 댐이 터졌고, 남들이 모르는 자해를 하고 있었다. 난 그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던 걸까? 내가 이 감정을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슬펐다.
그렇게 밖에서는 남들에게 칭찬받는, 다른 사람의 우상이 되었지만, 나만의 작은 공간에서는 불안함과 비겁함이 뭉친 쓰레기였다.

다시 현재로 넘어와서,
20여 년간의 방황과 순간에 열심히 살고 있는 '척'을 해왔다면, 내가 그동안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비겁한 나를 숨기고 싶었는데, 내가 하는 행동과 말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양심에 찔렸다.
나는 거짓된 사람인데,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난 그렇게 착하지 않은데, 다른 착한 사람들과 나란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아직도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다시 나를 속이려 인생을 연장해 보려 한다.
내 겉면을 숨기자, 나에게 열심히 산다고 많은 사람이 말해주었다.
나의 더럽고 추잡한 불행을 숨기자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열심히 산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려 했다.
나는 '나'를 숨긴 채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나는 '나'를 숨기며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내 몸 안에 있는 쓰레기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오려고 한다. 또 다른 나는 그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나는 열심히 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나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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