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주관적인 관점으로 스포일러 없이 추천하는 영화이야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캐리 인사드립니다.
제가 영화를 리뷰할 때 주관적으로 매기는 평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6점을 만점으로 하죠.
0점짜리 영화는 가끔 나타나는 아주 해로운 영화에 매기는 점수이고, 1점 짜리 영화는 대단히 못 만든 망작, 2점은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완성도는 좋지 않은 졸작 수준의 영화, 3점 짜리 영화는 단점이 명확하지만 범작 수준의 완성도 혹은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갖춘 영화, 4점부터는 좋은 영화에 속하는 영화들 혹은 수작의 반열이라 봐도 무방할, 준수한 완성도를 갖춘 영화에 매기는 점수입니다.
5점이나 6점짜리 작품은 그야말로 흠잡을 곳이 크게 보이지 않는, 걸작이나 명작이라 불릴만한 영화입니다.
이 '추천 영화' 글에서는, 개봉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제가 4점에서 6점 수준의 점수를 매길 수 있는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서너 편 정도씩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의 특성상 줄거리의 세부적 언급이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자제하고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나 인상, 배경지식과 감상 포인트 정도를 최대한 명료하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그야말로 히어로 무비 중 유일하게 장르를 불문한 모든 영화들의 정점에 자리잡았다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전반에 깔린 무겁고 짙은 분위기와 시작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이 일품이죠.
영화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을 통해 계속해서 관객에게 정의란 본질과 진정한 영웅과 선행의 의미, 세상이 바라는 영웅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희대의 빌런이자 광기의 화신 조커와 투 페이스 하비 덴트가 던지는 비틀린 철학들이 고담의 히어로인 배트맨이자 개인으로서의 브루스 웨인을 끊임없이 고뇌하게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반드시 언급해야 합니다.
히스 레저는 <다크 나이트>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만한 희대의 조커를 탄생시켰고, 이를 유작으로 세상을 떠났죠.
브루스 웨인을 역할의 크리스찬 베일은 깊은 고뇌에 지쳐있는 모습을 잘 연기했지만 이전까지의 배트맨 시리즈에 비해 다소 인상적이지 못한 연기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까지 인상적인 악역 연기자의 이미지가 강했던 게리 올드만은 고담시가 가진 치안을 대변하는 인물로써 배트맨과 조커, 마피아들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배트맨의 조력자이자 빌런들의 천적인 고든 경감을 훌륭하게 연기했습니다.
고든이라는 캐릭터에 또다른 주연으로 보이게 할 정도의 강력한 비중을 실었다 하겠습니다.
제 평점은 6점 만점에 6점입니다.
장르에 대한 기호를 떠나 볼만한 가치가 너무나 충분한 명작입니다.
아직 보지 않은 분들께는 주저 없이 일견을 권하겠습니다.
토마스 컬리넌의 소설 'the beguiled'를 원작으로 1971년에 제작된 영화입니다.
1864년 미국, 남북전쟁 중 다리를 다쳐 낙오된 존 맥버니 상병이 우연히 판스워스 여성 신학교에 머물게 됩니다.
이곳에서 원장 마사를 비롯한 여성들과 존이 겪는 일련의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유일한 남자인 존을 중심으로 여자들이 펼치는 팽팽한 신경전과 그 속에 홀로 휩쓸려있는 존의 심리 묘사가 일품이죠.
2017년에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매혹당한 사람들>이 개봉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돈 시겔 감독의 1971년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피아 코폴라의 2017년 판은 니콜 키드먼과 커스틴 던스트, 엘 패닝(엘르 패닝이라고 하는데 틀린 읽기입니다. 'ELLE'니까 엘 패닝이 맞아요) 등의 화려한 캐스팅과 아름다운 배경 연출이 돋보인다는 장점을 갖추긴 했으나, 이야기의 전개와 개연성 등에 있어 눈에 띄게 아쉬운 점들이 있고 콜린 패럴이 연기한 주인공 존 맥버니의 캐릭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1년 판에 비해 다소 연약하고 불안정합니다.
2017년의 영화가 극의 상황과 인물의 표정, 외관 등의 관념적인 표현을 통해 인물들의 심리를 부정확하게 그리는 반면, 1971년 작에서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섬뜩하리만치 직관적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다보니 2017년의 <매혹당한 사람들>은 극중 인물의 감정이 제대로 드러나야 할 부분에서 설득력을 놓치는 것이죠.
1971년 판에 등장했던 흑인 여성 할리를 삭제한 부분도 2017년 판의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 소피아 코폴라는 '인종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1971년 판에서의 할리가 극중 끼치는 영향과 비중을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이유죠.
명백한 '화이트 워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71년의 <매혹당한 사람들>에 대한 저의 평점은 6점 만점에 4.5점입니다.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다소 어색하고 투박하게 연출된 부분들을 제외하면 굳이 소피아 코폴라가 수상한 2017년 <매혹당한 사람들>의 칸 영화제 감독상에 대해 언급하지 않더라도, 돈 시겔의 1971년 판이 훨씬 더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에드가 라이트라는 감독이 가진 특유의 경쾌한 연출력이 폭발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 착착 감기는 음악들과 등장인물 각각의 명확한 개성, 주인공 베이비의 캐릭터가 갖는 명료한 입체감과 넘치는 매력, 신나는 진행과 지루할 틈을 주지않는 깔끔한 편집이 집결된 걸작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기만 한 영화도 아닙니다.
주인공의 행동과 사건의 연결에도 설득력이 충분하죠.
개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히 장쾌하게 펼쳐지는 전개가 일품입니다.
마무리의 구성은 다소 흔들리는 면이 있는데,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대수롭지 않게 무마할만한 힘을 가진 영화입니다.
그래요.
신나는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작품입니다.
안 보신 분들은 그냥 일단 보시기 바랍니다.
성인이라면 성별과 취향을 구분할 이유없이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니까요.
제 평점은 6점 만점에 5.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