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 국내 연예계에서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여성 가수들은 신곡을 선보일 때마다 매번 이효리와 비교를 당해야 했다. 당시 이효리는 연예계의 대표적인 섹시 아이콘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분야에서든 주류가 존재하기 마련이며, 이에 도전하는 자들은 기존의 판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주류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류는 “제네시스”이다. 현대의 고급 세단 수요층을 겨냥하여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제네시스는 현재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같은 수요층을 공유하는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내에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제네시스의 비교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이 틀을 깨고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1위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 신차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BMW 5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소식이다. 올해 초부터 흐름을 타기 시작하여 수입차 시장에선 벌써 벤츠를 제친 BMW의 새로운 신차가 제네시스를 꺾고 국내 최정상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제네시스를 긴장하게 만들 BMW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에 대해 살펴보자.
2015년 11월, 현대는 그랜저, 에쿠스를 능가하는 고급형 세단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했다. 제네시스는 오랜 기간 현대의 고급 세단을 이용하던 국내 수요층을 성공적으로 이식시키며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후 벤츠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간급 차종, E 클래스와 5 시리즈를 겨냥하여 G80라인을 시장에 선보였고, 그랜저 이상의 고급 세단을 원하는 국내 고객층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국내 준대형 시장에서 G80은 올해 총 3만 6천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였으며, 15.1%라는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며 그랜저를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수입차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낮아진 가격대와 잦은 프로모션으로 인한 1,000만 원대 이상의 큰 할인 폭, 할부나 리스 등의 다양한 차량 구매 방법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많이 벗겨진 것이다.
게다가 과시욕 때문에 금융상품을 끼고 자신의 경제 능력에 비해 무리하게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입차 차주에 대한 “카 푸어”라는 불명예스러운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네시스 G80의 동급 경쟁 차종인 벤츠의 E 클래스와 BMW 5시리즈의 올해 시장 점유율은 각각 8.3%와 5.8%로 G80에 비해 저조한 수치를 보인다. 때문에 이들이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제네시스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BMW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6년,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 E 클래스에게 판매 1위의 자리를 빼앗기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5 시리즈가 지난 8월, E 클래스를 추월하고 5년 만에 처음으로 수입차 시장의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런 상승세가 5 시리즈를 넘어 BMW 코리아로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8월에는 처음으로 벤츠 코리아의 전체 판매량을 넘어서는 저력을 발휘했다. BMW는 이런 상승세를 이어 제네시스를 꺾고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1위 자리를 노리기 위한 칼을 갈고 있다. 그 무기가 바로 BMW의 판매량을 책임지는 5 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BMW THE 5”이다.
5 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 5시리즈의 느낌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정제된 디자인으로 세련됨과 스포티함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BMW의 주행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강조했다.
전면 키드니 그릴은 하나의 프레임으로 통합되었으며, 더욱 커진 그릴이 프론트 에어프론까지 이어져 BMW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푸른 빛의 레이저 라이트를 적용한 L자형 주간주행등이 LED 헤드라이트에 적용되어 절제되면서도 선명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차량의 길이는 이전 모델 대비 27mm 길어졌으며, 길어진 휠베이스가 유려한 루프라인을 통해 강조되면서 역동적인 비율을 형성했다. 후방 리어 램프엔 3D 후미등이 적용되어 입체감이 강조되었으며, 테두리의 블랙 베젤은 중후한 느낌을 더했다. 사각 형태의 배기 파이프를 통해 스포티한 매력도 함께 드러냈다.
차량 내부엔 센사텍 대시보드, 12.3인치의 고해상도 디지털 계기판 및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 고해상도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기본 사양으로 적용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이끌어냈다. 고해상도를 적용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중 습득되는 각종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차량엔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 각종 편의 기능과 주행 보조 기능이 탑재되었다. 스마트폰과 차량을 연결하여 모바일 기능을 차량의 디스플레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연결 기능과 주차 보조 기능 등의 보편적인 기능은 물론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도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기능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의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판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어 주변 환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도 전 모델에 탑재된다.
BMW The5는 520i, 530i, 530ixDrive, 540ixDrive, M550ixDrive 등 5종의 가솔린 엔진 모델과 523d, 523dxDrive 등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2종의 디젤 엔진 모델로 출시된다. 최고출력 184마력의 4기통 가솔린 엔진과 109마력의 전기 모터가 합쳐져 최대 292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뉴 530e도 라인업에 오른다.
디젤 모델에 적용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48볼트 스타트-제너레이터를 활용하여 가속 능력을 높였다. 순간적으로 11마력의 힘을 발휘하여 추월이나 차선 진입, 출발 시에 원활한 주행을 도우며 일반 주행 시에 엔진을 보조하여 성능을 높여준다.
국산차 결함 소식은 꾸준하게 들려오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제네시스의 결함 소식이 많았다.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잦은 결함과, 결함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지금까지 제네시스는 현대로부터 이어진 탄탄한 수요층을 등에 업으며 시장을 독식할 수 있었지만, 그 위상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오르는 BMW를 필두로 수입차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제네시스는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을 거듭하며 더 나은 모습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글.
차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