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한 자동차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출시하는 모델들마다 모두 성공을 거둘 순 없다. 이로 인해 모든 브랜드들은 각자 숨기고 싶은 실패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흑역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40% 이상, 그룹사 전체로 보면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현대차에게 흑역사를 안겨준 비운의 모델들을 한번 살펴봤다.
애매한 포지션
마르샤
1995년에 출시된 마르샤는 고작 3년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단종된 비운의 모델 중 하나다. 마르샤는 당시 쏘나타보다 윗급 모델로, 고급 중형 세단 콘셉트로 등장했다. 이로 인해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포지션을 맡긴 것이다.
마르샤는 쏘나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안전 및 편의 사양은 그랜저의 사양을 장착했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이 쏘나타 느낌이 강하여 “쏘나타와 큰 차이가 없는데?”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더불어 가격 또한 비싸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여기에 IMF까지 터지면서 조용히 단종된 모델이다.
렉스턴에 밀려버린
테라칸
테라칸은 현대차가 2001년에 등장시킨 프레임 보디 타입의 대형 SUV다. 당시 SUV 시장에 쌍용차의 렉스턴이라는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모델을 잡기 위해 등장했다.
하지만 대형 SUV라는 커다란 덩치에 비해 부족한 파워 트레인을 가지며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게 되었다. 반대로 쌍용차는 렉스턴의 출력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시켰고, 일부 라인업에 벤츠의 변속기를 적용하며 경쟁 모델과 차별화를 두었다. 결국 테라칸은 렉스턴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2006년에 단종되고 만다.
굴욕의 역사
아반떼 쿠페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현대차 세단의 상징과도 같은 모델인 아반떼의 파생 모델, 아반떼 쿠페도 현대차에게 흑역사를 안겨준 모델이다. 2013년에 출시되었고, 175마력의 2.0L 가솔린 GDi 엔진을 장착하여 일반 세단 모델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문짝 개수를 제외하면 일반 세단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벨로스터와 K3 쿱에 비해 나은 점이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결국 출시 후 500대도 판매하지 못하고 2015년에 조용히 단종되고 말았다.
또 다시 애매한 포지션
아슬란
마르샤와 함께 현대차가 선보인 모델 중 “가장 애매한 포지션이었다”라는 평가를 받은 아슬란이다. 당시 제네시스가 독립하면서 현대차는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가 플래그십 세단의 위치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G80과 그랜저의 간극이 심했기 때문에 현대차는 이를 메우기 위해 그랜저보다 윗급 모델, G80보다는 아래급 모델인 아슬란을 출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시 그랜저에 탑재되었던 사양이 그대로 아슬란에게 탑재되면서 소비자들은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3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13,000대 정도만 팔리며 조용히 사라지게 되었다.
왜건의 무덤
i40
현대차가 등장시킨 I 시리즈 중 가장 큰 형이었던 i40도 비운의 현대차 모델로 꼽힌다. i40는 왜건형 모델로 유럽 스타일의 주행 감각을 보여주며 등장했다. 특히 왜건 형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중형 SUV보다 더 큰 공간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왜건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비자들이 왜건을 선택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게다가 i40가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봐도 비싼 가격을 가지며 하락세를 타게 되었다. 여기에 SUV가 득세하는 시기까지 겹치면서 i40도 조용히 단종되고 말았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선 꾸준한 인기를 보이는 아이러니한 모델이다.
“그 시절 다양한
선택지가 그립다”
이런 비운의 모델들에 대한 소비자들은 “비록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단종된 모델이지만, 현대차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 “현재는 잘 팔리는 모델, 항상 비슷한 모델들만 등장하지만, 과거엔 파생 모델, 새로운 시도를 한 모델들이 많이 등장했던 것이 좋았다”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이런 흑역사를 통해 현대차는 성장했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없어진 것은 아쉽고, 그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글.
차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