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다. 개구리에게는 올챙이 시절이, 스타에게는 신인 시절이, 작가에게는 첫 작품이 있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도 대입할 수 있는 말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모델들에도 가슴 떨리던 첫선이 존재했다.
오늘 소개할 7종은 출시 당시에 나름 혁명적인 디자인과 사양을 선보이며 사랑받았던 모델들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명성을 지키며 잘 팔리고 있는 차들이기도 하다. 오늘은 누구나 이름 한 번 들어봤을 법한 국산차들의 출시 당시 모습과 특징에 대해 면밀히 알아봤다.
포터는 현대자동차에서 1977년에 내놓은, 항상 판매권 상위에 올라 있는 이른바 ‘국민 트럭’이다. 쟁쟁한 승용차들을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하는 포터는 높은 연비와 성능으로 인기를 끌었다. 포터는 포드 트랜짓의 프레임을 바탕으로 일본의 상용차를 참고해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고유모델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보닛이 없고 앞바퀴가 앞 좌석 아래에 위치한 구조 덕분에 회전반경이 짧아서 좁은 골목을 활보하기 좋다”라고 평하며 포터를 애용했다. 게다가 튼튼한 프레임 구조를 갖춰 과적 시에도 차체가 잘 버티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트럭으로 거듭났다.
당시에 ‘각 그랜저’라고 불릴 만큼 각진 올드카 느낌을 제대로 뽐내는 1세대 그랜저는 현대차와 미쓰비시의 첫 합작품이다. 그랜저는 1986년경 등장하자마자 당시 경쟁 모델이었던 대우 로열 살롱 슈퍼를 밀어내고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초창기에는 5단 수동변속기만 존재했다가 후에 국산차 최초로 록업 클러치가 장착된 전자 제어식 4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여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출시 이후 그랜저는 부와 성공의 상징이 되며, 현재까지도 중장년층에게는 ‘고급 국산 모델’로 인식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또한, 최근 올드카에 대한 수요가 생기며 1세대 그랜저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생겼다. 1세대 그랜저의 중고가는 500~700만 원 정도이며, 관리 상태가 매우 좋은 차량은 800만 원에도 거래될 정도로 올드카 소장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
중형 세단인 크레도스 플랫폼으로 개발된 카니발은 1998년 초부터 시판하기 시작한 1.5박스 형태의 미니밴이다. 보닛 메인 프레임 밑에 보조 프레임을 덧대어 높은 차체를 자랑하며, 양쪽에 슬라이딩 도어가 적용돼 편의성을 높인 점이 특징이다. 1세대 카니발엔 영국 로버와 함께 개발한 175마력의 V6 2.5ℓ 가솔린 엔진과 135마력의 2.9ℓ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당시 카니발 판매 대수의 절반은 디젤 차량이었고 가솔린 차량은 전체 판매 대수의 3%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판매량이 적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카니발 1세대는 2세대가 나오기 전인 2001년까지 총 219,400여 대가 판매되는 등 기아차의 효자 상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첫 SUV 모델인 싼타페는, 당시 SUV 시장의 주류를 이루던 프레임 타입의 SUV와 차별화된 모노코크 타입으로 개발됐다. 소비자들은 싼타페를 두고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안전성, 그리고 MPV의 다용도성을 겸비한 새로운 개념의 RV”라고 평가하며 싼타페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1세대 싼타페는 넓은 차체를 갖고 있었으며, 울퉁불퉁하며 동시에 유선적인 스타일로 동적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독특한 디자인 덕분일까? 1세대 싼타페는 현대자동차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 역사상, 양산 모델에 채택되는 최초의 사례가 되기도 했다.
바디 온 프레임 차체 설계 방식을 채택한 1세대 쏘렌토는 전체적으로 풍만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1세대에서는 5단 수동변속기와 4단 자동변속기, 연식변경 모델의 경우 수동 겸용 5단 자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내비게이션 기능도 있었다. 지금의 것과 비교하면 그래픽도 단순하고 별다른 첨단 사양은 없지만, 그때 당시에는 파격적인 기능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004년 즈음부터는 사라졌지만, 초창기의 쏘렌토는 일명 프리 옵션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는 말 그대로 고객의 취향대로 원하는 옵션을 넣어서 출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이례적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국민차, 아빠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쏘나타의 1세대 모델은 1985년 말에 출시됐다. 1세대 쏘나타는 당시 큰 인기를 누렸던 대우 로열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의 스텔라에 1.8ℓ 시리우스 가솔린 엔진과 2.0ℓ 시리우스 가솔린 엔진을 얹어서 출시됐다.
여기에 크루즈 컨트롤, 파워 시트, 헤드 램프 워셔, 크롬 범퍼, 전동 조절식 아웃 사이드 미러, 파워 스티어링 휠 등 고급 사양을 적용하여 판매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스텔라와 똑같은 차체에 엔진과 편의 장치만 변경했기 때문에 “1,500cc 차량인 스텔라와의 차별성을 갖추지 못했다”라는 평가가 많았던 것이다. 때문에 현대자동차의 올드카 중에서도 잔존 대수가 극히 적은 편이다.
1990년경에 출시된 1세대 아반떼는 미쓰비시의 직렬 4기통 오리온 1.5리터 SOHC 엔진과 시리우스 1.6리터 DOHC 엔진을 탑재했다. 아반떼는 쏘나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고성능 세단’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으며, 출시 당시에 1.6ℓ 113마력, DOHC 엔진을 얹고 제로백 9.5초의 성능을 발휘했다.
1세대 아반떼는 적당하게 저렴한 가격대와 아쉽지 않은 성능으로 많은 가족의 패밀리카로 자리매김에 성공했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사회 초년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모델이 됐다. 특히 당시 1.8 DOHC 모델에는 사일런트 샤프트를 탑재해 소음과 진동을 줄였고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면서 뭇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올드하다”라는 말이 단지 “낡았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클래식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낼 수도 있겠다. 오늘 살펴본 모델들이 그렇다.
기본을 지키는 자동차. 정말 심플하지만 담을 걸 다 담고 있는 자동차가 ‘진짜 자동차’가 아닐까?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올드카들은 과하게 멋을 내지 않고, 기본을 지키면서 빈티지한 감성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다. 그래서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카들이 최근 뭇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된 걸지도 모르겠다.
글.
자동차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