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집단이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정부가 공인한 무력을 행사하여 대다수 사회구성원의 생명을 지키고, 국토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집단이 신뢰받지 못한다면,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무엇일까?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군대를 다양한 근거로 신뢰하지 않는다.
군내 부조리, 폐쇄적 집단 분위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은 군납 비리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졌던 USB 사건을 기억하는가? 3GB USB를 95만 원에 샀다고 알려진 이 사건은, 실제로는 비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건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침대 교체하는데 9조 원?
전투력 유지에 치명적이다
군납 비리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라 한다면 전 장병의 침대를 교체하는 등의 10년 장기 내무반 현대화 사업에서 6조 8천억에 달하는 예산에 추가로 2조 6천억을 더 요구했던 사건일 것이다. 참고로 원래대로 사업을 진행했을 경우, 병영을 신축하고, 신식 침대를 다 설치해도 약 4조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심지어 9조 원은 한 해 국방예산의 25%에 달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당시 군납 비리가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군납 비리는 단순히 한해 국방 예산에 구멍을 내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무반은 병사들이 휴식을 통해 전투력을 회복하는 곳이며, 이곳에 대한 비리는 국군의 전투력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규격 미달의 부품을 납품하거나, 완전히 다른 물건을 공급하는 등의 행위가 어떻게 국군의 전투력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2011년 95만 원 USB 사건
군납 비리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장비를 지나치게 고가에 사는 것이 모두 군납 비리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2011년 논란이 되었던 95만 원짜리 4GB USB 사건이 예시라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이 USB가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 USB가 개발되던 2004년에는 애당초 USB 1GB짜리의 가격이 시중에서도 30만 원에 달하는 고가였으며, 해당 USB는 포병들이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온, 저온에서도 작동하는 밀스펙으로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미 단가가 상당히 고가로 올라간 와중에, 생산량도 660개에 불과하면서 원가 절감도 불가능했기 때문에 95만 원이라는 가격이 도출된 것이다.
군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
관계자 '우리도 억울하다'
군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억울한 일이겠지만, 지금까지 군납 비리를 눈감아준 군의 행태, 그리고 막상 억울한 일이 터져도 그냥 '안하고 만다'는 식의 태도가 문제를 더 과장하고, 그에 따른 비난도 가중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은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고, 잘못한 것은 사과하는 식의 명확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관련 영상에는 군납 업체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는데, '24년째 근무하면서 아직도 군납업체는 사기꾼이고 그 말은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도 억울하다'라는 댓글에 많은 관련자와 네티즌이 공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