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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샷 Oct 14. 2022

활주로가 무려 3개, 일본의 정신 나간 항공모함

무기의 디자인은 목적과 성능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제작자가 특정한 무기에 기대하는 목적에 따라 같은 종류의 무기라 해도 전혀 다른 모습을 갖기도 한다. 


항공모함의 목적이 함재기를 운송하고 이착륙시키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면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띨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한 항공모함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그 주인공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 제국 해군이 운용한 항공모함, 아카기이다.

아카기 항공모함
실제로 건조되지 않았던 아마기급 순양전함

활주로 3개에 8인치 연장포

원래 항공모함이 아니었다

아카기는 상부가 3층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층에 활주로 하나씩, 총 3개가 배치되어있다. 아래 2개의 활주로는 함재기의 이륙을, 상단은 착륙을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착륙은 3층 갑판에서만 이루어졌다. 하단 갑판에는 8인치 연장포가 장착되어 함교와 비행갑판으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당초 이런 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이 선박이 애당초 항공모함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 배는 아마기급 순양전함으로 건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22년에 채결된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으로 순양함의 보유량이 상한선이 걸려버리자, 이미 순양전함으로 만들어지던 아카기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하면서, 항공모함과 순양전함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한 것이다.


건조 중인 아카기
격파 당한 아카기를 재현한 일러스트

초기 목적에 어긋난 설계

결국 침몰의 원인이 되었다

활주로 3층 중축에 연장포까지 장착되자 함선의 무게가 한계치를 넘어버렸고, 이 때문에 방향을 틀려 하면 배가 전복되기 직전까지 기울었던 사례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주만 해전으로 시작해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까지 대규모 해상전에는 모두 얼굴을 비추었다.


하지만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의 폭격 과정에서 폭탄 한 발이 상부 갑판을 타격했는데, 당시 폭탄이 3층 갑판을 관통하여 바로 아래층까지 폭발이 이어졌고, 그곳이 마침 일본의 B5N 뇌격기의 격납고였던 것이다. 이 거대한 폭발로 아카기는 전투 불능 상태가 되었고, 이어지는 공격에 침몰하게 되었다.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아카기는 오히려 둘 중 어느 임무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고, 이상한 위치에 장착된 대공포, 적은 함재기량으로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카기를 그린 그림
경황모사업 예상도

항공모함은 중요한 전략 자산

건조할 때 확실하게 해야 한다

항공모함은 대규모 현대전에서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병기라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건조비와 유지비가 어떠한 무기보다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파괴될 경우 복구가 불가능한 괴멸적인 피해를 주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의 항공모함 도입 사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업 타당성 및 전략성을 고려해야 하며, 정말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인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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