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기가 5년 만에 남측 영공을 침범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10시 25분경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이상 항적이 포착됐다. 먼저 포착된 1기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 수역으로 진입해 서울 북부지역 상공까지 도달했고, 나머지 4기는 강화도 쪽으로 내려왔다.
해당 무인기는 2m 이하의 작은 크기임에도 맨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만큼 낮게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군은 전투기와 공격헬기 등을 투입하여 20mm 기관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공군 KA-1 경공격기 1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격추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한 기도 격추 못한 무인기
“민간인 피해 고려한 조치”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에 따르면, 무인기는 저공·저속에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고 적외선 방출 신호가 약해서 탐지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오전부터 총 5시간여 동안 영공을 휘젓고 다닌 무인기를 한 기도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리 군 대응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민가와 도심지 등의 상공을 비행하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 발생 시 우리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사격하지 못했다”라며 “민간인 피해 예상 지역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격추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최고 925km/h로 비행하는 무인기
MQM-107 도입도 무려 10년 전
북한은 정찰용부터 타격용까지 약 1천여 기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대칭전력으로 분류되는 무인기를 1980년대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남측과의 공군 전력 차이를 메꾸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당시 군 소식통은, 북한이 시리아로부터 미국제 무인기인 MQM-107D를 밀수입하여 자폭 무인기로 개조했다고 전했다. MQM-107 스트리커는 동체가 비교적 크기 때문에 격추에 용이하지만, 최고 925km/h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기라도 장착했으면…”
대비태세 점검 시급하다
비밀리에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5년 전보다 더 정교한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교한 비행체가 아니더라도 생화학무기나 폭탄을 운반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아산정책연구원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허를 찔렸고, 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라며 “전방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비행물체 탐지 및 대응 연계 체제의 미숙, 현장 지휘관 재량권에 따른 조치 미흡, 무인기에 대한 GPS 재밍 등 대응 수단의 확립 부실 등을 점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합참은 현장 작전부대를 방문해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할 예정이다.